[기자수첩]SK의 게임 사업 진출

이진호

 SK는 27일 시스템통합 업체인 SK C&C를 통해 게임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SK의 게임사업 진출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지만 현재의 글로벌 게임 시장 환경을 따져 봤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야흐로 무한경쟁의 시대, 그야말로 울타리 없는 전쟁터에 우리가 세계 1등 상품 중 하나로 자부하는 온라인게임이 내던져 있다. 이미 몇몇 업체는 중국·일본 등지의 국가로 팔려나갔고, 미국 등 메이저국가는 가공할 경쟁력과 품질로 무장한 온라인게임을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아시아권에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SK의 행보는 더 없이 반가운 것이다. 이것을 두고 더는 “대기업이 별 걸 다하네”라며 핀잔을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핀잔이 앞서서는 우리 산업에 득될 것이 없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주도력을 지켜 나가려면 ‘제대로 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장 시급하다. 그런 측면에서 SK는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들에 최고의 파트너이자, 글로벌 발판이 돼 줄 수 있을 것이다.

 통신·에너지 등으로 구축한 SK의 전세계 시장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온갖 위협에 노출돼 있는 국산 온라인게임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SK가 그동안 만든 것이 통신을 주고 받는 망(網)과 기름이 오가는 파이프였다면, 이제 만들어질 것은 한국산 콘텐츠가 세계로 나가는 ‘디지털 파이프라인’인 셈이다.

 물론 경계해야 할 것도 있다. 대기업의 시장논리와 주장을 앞세워 우리 게임산업의 창작 및 생산력을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발군의 개발력으로 지금까지 전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름잡기까지 그 주역은 틀림없이 게임개발 전문업체들이다. 그 공로와 역할을 덩치를 앞세워 무시해 버려선 안 된다.

 2인 3각 경주처럼 이제 대기업과 게임개발사의 발이 묶였다. 이제 발을 맞춰 잘 달려야 한다. 세계의 경쟁자들이 한국의 발놀림을 지켜보고 있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휘어잡는 결승점까지 묶인 발과 달리는 발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디지털문화부·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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