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2)개념정의·KT사업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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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정보통신부는 2007년까지 총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체가구 61% 수준인 1000만 가구에 디지털 홈 환경을 구축한다는 ‘디지털 홈 구축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2005년 10월 현재 상당수의 가정 내에 유무선 홈 네트워크로 연결돼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1000만 가구 목표 달성을 위해 홈네트워크 서비스 주체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건설업체는 가입자 유치전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홈네트워킹을 IT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정의한 정부 역시 홈네트워크 상용화에 필요한 각종 제도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홈네트워크 사업은 여전히 정체상태다.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건설업체는 수익성을 문제로 투자를 미루고 있다. 홈네트워크 관련 홈네트워킹·홈게이트웨이·콘텐츠·부품을 개발하는 수많은 중소업체들은 정부 정책만 믿고 신제품 개발에 투자했다가 원가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 현정부 출범 이후 3년이 다돼가는 지금, 대한민국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위기다.

◇홈네트워크에 대한 정의=우리나라는 아직 홈네트워크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없다. 현재 나와 있는 홈네트워크 개념은 개발자·공급자 입장에서 내린 정의가 대부분이다. ‘홈네트워크’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서비스보다는 네트워크 연동과 기술적 호환성 문제에 치중하고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기술자와 기술자의 문제일 뿐이다. 소비자는 기술적 연동에 관심이 없다. 다만, ‘어떤 서비스를 얼마에 쓰는가’가 중요하다. 홈네트워크의 지향점은 소비자여야 한다.

홈네트워크는 일반적으로 가정 내 디지털가전 기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정보를 공유하고 제어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일컫는다.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가전기기를 통합하고 이러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 소프트웨어를 총칭하여 홈네트워크로 정의된다.

홈네트워킹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된다. 기존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의 장점을 포함하면서 인터넷망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고, 개별 제품 간의 연동과 제어가 가능해 가정 내에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솔루션이다.

홈네트워크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 도입됐던 개념도 있다. 홈오토메이션이다. 가정 내 비디오폰을 중심으로 방범·방재·조명·냉난방기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제어하는 방법이다. 비디오폰으로 외부를 확인하거나, 경비 호출, 보일러 및 에어컨 제어가 전부였다. 건설업체가 강조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홈’이라는 개념이 자주 사용된다. 디지털로 진화된 가정 공간 내에서 소비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재화와 용역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에서 착안됐다. 디지털홈 서비스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서비스를 지칭한다. 가정 공간에는 가족 구성원은 물론 방문객을 포함하며, 사회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디지털기기에 대한 연동은 기본적인 요소다. ‘디지털 홈’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한곳으로 묶이는 공간이며, 서비스가 묶인 만큼 저렴하게 제공돼야 하는 공간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앞의 다른 개념과는 달리 개발자·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가격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 가라’는 고민이 들어있다.

◇소비자, 얼마짜리 서비스냐=외국에서의 홈네트워크에 대한 기본 정의는 우리와 비슷하다. 각 사업 주체별로 홈네트워크에 대한 기술적 연동 문제에 심취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각 지역별로 가족 구성여건이나, 가정 내에서의 동선 흐름, 생활 습관 등을 찾는 움직임도 늘고 있으나 대부분은 아직까지 냉장고, 세탁기, 냉난방기, TV, 인터넷을 어떤 표준으로 연결할까 하는 방식에 빠져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소니, 인텔, 마쓰시타 등이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을 만든 것도 기계와 기계의 결합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다. 일본에서는 모바일 업체 88개사가 모여서 모바일기기에 대한 연동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지, 소비자의 몫이 아니다.

소비자를 배제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 A라는 기업이 홈네트워크를 이용해 외부에서 가스 밸브를 잠그는 서비스를 구현한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인 B씨는 외출중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얹어 놓고 그냥 나온 것이 생각나 A사와 제휴한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해 가스 밸브를 잠갔다. A씨는 가스 밸브를 잠그고 난 뒤 마음 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이용되는 사례다. 그러나 이 사례에는 큰 함정이 있다. 가스 밸브를 잠근 소비자가 이 서비스에 대해 얼마를 적정요금으로 생각할까 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매일 가스불을 켜놓고 와서 잠그는 것도 아니고 일년에 한번 발생할지 모르는 행위에 대해 매달 사용료를 지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억력이 좋은 소비자는 평생 한 번도 이런 서비스 이용하지 않으면서 비용을 지급 할 수도 있다. 서비스 이용건당 비용을 받는다면 한번 잠근 행위에 대해 상상 밖의 비싼 비용을 치를 수 있다. 그 비용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관할하는 통신서비스, 가스 잠금 장치를 만든 업체, 이를 시공한 업체, 건설업체들은 나름대로 수익배분을 해야 한다. 이 정도로 복잡하면 소비자는 서비스를 외면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의 주체=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참여정부 들어서 갑자기 등장한 비장의 카드가 아니다. 홈네트워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전력선 기술을 이용해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당시 주체는 건설업체였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주체는 사업자다. 사업자가 소비자 성향을 분석한 뒤 요금을 결정, 서비스에 나서야만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서비스 주체가 사업자라는 의미는 중요하다. 홈네트워크 사업에서는 쌍방향 네트워크를 갖고, 과금처리가 가능하고, 다양한 결합·복합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쌍방향 통신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케이블 사업자도 포함된다. 네트워크 구성부터, 시공, 요금, 서비스, 각종 마케팅까지 관할할 수 있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와 오토메이션, 초고속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등을 합쳐, 적정요금을 산정하는데 유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가입자가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 그래서 책임도 크다.

◆KT 사업전략

KT(대표 남중수)는 대한민국 통신업계를 대표한다. 그런 KT가 미래 정보통신 시장의 핵심인 홈네트워크 사업을 포기할 리 없다. KT의 홈네트워크 사업은 크게 3단계로 나눠진다.

1단계는 홈네트워크 사업기반 조성 구축단계(2003∼2004)다. KT는 2003년 홈네트워크 사업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초기에는 스카이라이프의 번들상품, 위성 멀티 캐스팅, 디지털 홈 사업형태로 구분했다. 특이한 점은 PC기반의 VOD서비스를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 서비스는 홈미디어 서비스 형태로 최근까지 운영중이다.

KT는 2004년 VOD기반 서비스를 ‘홈엔’ 브랜드로 출시했다. 기존 PC기반의 서비스가 TV기반으로 확대되면서, 통방 융합에 대비해 홈엔 스카이 서비스도 실시했다. 2004년 말부터는 KT주관으로 41개 기관이 참여하는 홈네트워크 시범서비스를 추진했다. 165억 3000만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시범서비스에서 KT는 수도권, 광주, 대구 7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실시했다. 사업성과 서비스 연동 등을 타진하는 시험수준이었다.

2단계는 2005∼2006년까지다. 미디어 중심의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토털 솔루션 서비스로 전환하는 시기다. KT는 이 시기에 실제 홈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한 홈오토메이션업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전체적인 시장 확산보다는 내실 다지기 성격이 강하다.

3단계(2006년 이후)는 그랜드 컨소시엄으로의 발전전략이다. 홈네트워크 서비스 제공 뿐 아니라 관련업계의 전체와 KT 주도의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래형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원격진료, e러닝, 원격보안, 가전, 의료센터, 보안업체, 관리업체, 건설업체 등이 포함된다.

KT가 추진하는 홈네트워크의 기본 방향은 구축에서부터 유지보수까지 책임을 진다는 점이다.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을 전제로 한 개념이며, 사업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KT홈네트워크의 장점은 TV를 통해서 포털형태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KT의 초고속인터넷·BcN·휴대인터넷·HSDPA 등 쌍방향 네트워크가 결합하며, 초고속인터넷·시내외전화·스카이라이프를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통합마케팅을 할 수 있다.

 

◆인터뷰-KT 서비스기획본부 엄주욱 상무

△홈네트워크에 대한 전망은.

-홈네트워크는 ‘갈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가정의 네트워크를 장악해서 고객에서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게 KT의 목적이다. 고객에서 홈네트워크의 장점을 알리고 습관을 들이는 게 문제다.

△내년도 투자비는.

-내년 투자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내년도는 신규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사업에 나서기 때문에 실질적인 투자는 2년 후에 일어날 것이다. 가입자 인증관리 등은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다만, 미디어 부문 사업이 확장되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투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어떻게 요금을 책정할 것인가.

-사업자 입장에서는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다. 가스검침과 보안서비스 등 홈오토메이션 서비스에 대해서 소비자 요구가 높다. 그러나 이 경우 실제 요금책정이 어렵다. 외부에서 집에 불 한번 켜고 끄는데 얼마를 받을 것인가. KT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올릴 수 있는가와 고객이 KT 네트워크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남아있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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