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가을이면 애송하는 ‘가을날’이라는 시다. 저자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미숙아로 병약하게 태어난 데다 사물에 대한 편집증적인 그의 시각을 떠올리면 당연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겉보기에 손이 깨끗하면 세균이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보통 한쪽 손에만 6만 마리 정도의 세균이 있다고 한다. 더욱이 우리의 손은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병원균을 옮긴다.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피울 때 손에 묻은 병균은 입을 통해 체내로 들어간다. 자신에게 병균을 옮기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악수하거나 신체 접촉을 통해, 또한 물건을 만짐으로써 병균을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
조류 독감의 공포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국 정부는 조류 독감의 변종 바이러스 중 하나인 H5N1이 인간 간의 접촉을 통해 전세계를 휩쓰는 유행성 독감으로 번지는 대재앙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개연성은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조류 독감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손만 잘 씻어도 큰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자주 눈에 띈다. 예컨대 사람들은 독감은 코를 통해서만 전염된다고 잘못 알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직접 입으로 전달되기보다는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손을 입이나 코에 갖다댐으로써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각종 통계를 종합해 보면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 질환의 60% 정도는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 독감은 워낙 변종이 많아 100% 치료를 보장하는 백신이 없는 상황이고 보면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물론 올해 초 개봉된 영화 ‘에비에이터’의 주인공 하워드 휴즈처럼 결벽증 수준까지는 곤란하겠지만 손을 자주 씻는 것은 겨울철 감기 예방에도 좋다.
이창희 문화산업부장@전자신문,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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