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지상파DMB폰]`모바일 TV` 12월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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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월드컵이 열기를 뿜고 있는 2006년 6월 어느 날.

 지하철 5호선 신길역에서 환성이 터져나온다.

 “골∼골, 골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 지하철 안에선 몇몇 승객이 지상파DMB폰 2인치 창을 통해 모 지상파방송사가 방송중인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것. 지상파DMB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가 사업 주체로 참여, TV에서 볼 수 있는 방송은 지상파DMB에서도 볼 수 있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주말 연속극을 지하철에서 보는 것도 꿈만은 아닌 것.

 오는 12월, 지상파 디지털 멀티미디어방송(DMB) 시대가 열린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공될 지상파DMB 서비스의 개막은 생활상의 변화뿐 아니라 ‘손 안의 TV, DMB’에 대한 저변을 확산시키면서 경제, 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지상파DMB 단말기는 현재 출퇴근 지하철을 뒤덮고 있는 무가지신문 등 인쇄매체를 밀어 내는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동환경에서의 생활패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휴대폰 기반의 모바일 커머스, 모바일 홈쇼핑 등 양방향 응용서비스 개발을 촉진하면서 IT는 물론이고 유통, 광고시장에도 적잖은 지각변동을 불러올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상파DMB라는 새로운 개인미디어 기기의 등장이 자동차 사고유발 및 국민의 사고력과 상상력 향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모바일TV시대, 국민 생활 대변화 예고”=지상파DMB는 우선 국민의 여가 시간 및 정보습득 채널을 인쇄매체에서 휴대형 기기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중에도 지상파DMB 방송을 시청하면서 실시간 뉴스를 청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어 등 어학공부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가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지상파DMB로 방송될 예정이어서 월드컵을 계기로 지상파DMB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과거 각 가정에 한 대씩 사용했던 가정용 유선전화기가 무선전화기에 이어 ‘1인 1휴대폰’으로 발전했듯, DMB단말기는 ‘1인 1TV’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7월부터는 서울 및 수도권은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철에서도 지상파DMB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약 300억원을 들여 내년 6월 말까지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지상중계망 구축작업을 끝내고, 앞으로 개통될 9호선과 인천국제공항철도에도 중계망을 설치할 예정이다.

 김혁 지상파DMB특별위원회 팀장은 “DMB단말기 보급이 확산되면 지하철 및 버스 등 이동환경에서의 생활상이 변화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등 연관산업, 지각변동”=지상파DMB는 노트북,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등 모바일 기기의 새로운 킬러 앱으로 작용하면서 휴대형 단말기 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2월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DMB 노트북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달 각각 5000대씩 1만여대의 DMB 노트북을 판매하고 있다.

 지상파DMB 휴대폰의 보급 확대는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3대 사업자가 주도하는 이동통신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10∼20대 젊은층이 주문형비디오(VOD) 등 무선인터넷 데이터 서비스 사용횟수를 줄이면서 새로운 통신환경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통신과 방송의 대표적 융합제품인 지상파DMB폰에 이어 가전과 방송, 자동차와 방송 등 이업종 간의 결합이 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상파DMB 휴대폰 시장은 올해 28만대에서 오는 2010년 703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앞으로 5년간 지상파 DMB휴대폰을 비롯, 총 1000만대 보급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인 액션플랜을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상파DMB 단말기 가격이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나,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들어설 경우 모바일TV 보급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 대 지상파, 대결 관심”=현재로선 위성과 지상파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일단 지상파 DMB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지상파DMB는 풍부한 콘텐츠가 무료로 서비스될 예정이어서 위성DMB보다 파괴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DMB는 KBS·MBC·SBS 등 지상파 프로그램 재전송이 가능할 뿐 아니라 한달에 1만3000원을 내야 하는 위성DMB와 달리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성규 팬택 사장은 “소비자들의 요금부담이 유료인 위성DMB와 무료인 지상파DMB 서비스 성공을 가를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지상파DMB 우세를 시사했다.

 12월 지상파DMB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위성DMB 가입자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유미디어 유료 가입자가 현재까지 20만명을 돌파했지만 연말 목표인 60만명 달성이 힘들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내 지상파DMB 가입자가 올해 30만명에서 2010년 82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전망과 과제

 지상파DMB가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해 휴대폰은 물론이고 차량용단말기, 휴대형단말기, 노트북 등에서 새로운 출구가 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대박의 신화’로서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낼 것으로 주목받는 지상파DMB가 이미 ‘좌초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지상파DMB를 준비중인 KBS, MBC, SBS, YTN DMB, 한국DMB, KMMB 등 6개 사업자는 겉으론 강한 사업 추진 의욕을 내비치지만 내부적으론 고민에 휩싸여 있다. 좌초설의 속내는 △단말기 유통망 확보 여부 △방송콘텐츠 확보 문제 △경쟁매체인 위성DMB와의 초기 시장 다툼 △수익모델 부재 등이다.

 ◇단말기 유통망=6개 지상파DMB사업자는 자체적으론 단말기를 유통시킬 능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지상파DMB폰의 경우 휴대폰과 유통망을 함께 하기 때문에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3개 이동통신사는 지상파DMB 유통에 부정적이다.

 이통사 한 고위관계자는 “유통을 해준다고 해도 우리가 얻을 몫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작성된 KTF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DMB서비스는 오는 2008년경 무선 데이터 매출을 최대 10.1% 감소시키는 악영향이 예상됐다.

 ◇방송콘텐츠 확보=KBS, MBC, SBS 지상파방송 3사는 초기 지상파DMB 프로그램을 대부분 기존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할 예정이다. 더구나 한국DMB, KMMB 등 방송콘텐츠 인프라가 없는 신규 사업자는 방송시간을 채울 프로그램 확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관계자는 “지상파DMB용 콘텐츠도 제작해 일부 내놓을 것”이라며 “낮시간대 재구성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 3사는 초기엔 재송신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수익모델 부재=지상파DMB사업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를 제공한 후 이를 거둬들일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무료방송이기 때문에 광고가 100% 수익원인데 ‘제로섬 싸움’이 한창인 광고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휴대이동방송이란 매력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장인만큼 초기에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다”며 “하나의 산업군으로 서기 위해서 정부는 물론이고 사업자와 단말기업체 간 협력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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