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그룹 보수경영 계획 수립 의미

고유가·환율 절상 언제든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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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그룹이 마련중인 보수경영 계획에서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다면 유가 인상 폭이 훨씬 크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90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 변동도 관심 사항이다. 월드컵 특수에 따른 휴대폰, 평판 디스플레이 TV 시장의 글로벌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출 시장 확산이 일어나겠지만 고유가와 환율 절상 압력, 미 금리 인상에 따른 해외 투자 감소 등은 우리 기업이 넘어야 할 장벽이다.

 ◇유가와 환율이 가장 큰 문제=삼성과 LG그룹의 대표격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달 14일과 18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내년도 경기 전망을 월드컵 특수와 시장 확산에 따른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일제히 전망했다. 3분기 실적도 예상과는 달리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보였다.

 내년도 1분기부터 큰 폭의 수출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 계획은 최악의 조건을 고려하고 있다. 세계 IT 경기 회복에 따른 반도체·메모리·LCD·PDP 부문 수출은 늘겠지만, 환율 변동 폭과 유가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문제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일본·미국·유럽 전자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보다 오히려 고유가와 환율 절상이 더 큰 적이다. 보수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이유다.

 고유가 문제는 심각하다. 일부 전문가는 텍사스 중질유가 배럴당 80달러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격대지만, 문제는 현재 60달러대 유가가 지난해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라크 문제와 허리케인 등의 피해 복구가 이뤄지면서 원유 생산이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미 60달러대를 넘나들고 있는 유가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 수입 단가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력 수출 제품인 정보가전·정보통신 부문의 단가 하락이 이어지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환율 변화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도 만만찮다. 수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올 상반기처럼 900원대 환율로 접어들 경우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경기가 살아날수록 900원대 진입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업 체감은 ‘여전한 겨울’=정부는 지난 17일 펴낸 ‘2006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지만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 등 내수 부문 성장에 힘입어 성장률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가가 조기에 안정되거나 미국·중국의 경기 조절 정책이 조기에 마무리될 경우 전망치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대했다.

 소비 증가율은 가계 과잉 부채 조정과 고용 증가로 올해 2.8%보다 1.4%포인트 높은 4.2%, 설비 투자 증가율은 내수 업종과 정보통신 업종의 경기 회복 기대에 힘입어 올해의 3.3%보다 2.5%포인트 높은 5.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민간연구소도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 IT 관련 품목의 수출 호조 지속, 수출 대상국의 지속적인 다변화 등에 힘입어 3181억달러(통관기준)를 기록하면서 12.9%의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민간경제연구소가 예측한 경제 성장률은 올해 3.7%보다 높은 4.5∼4.7%다.

 수출 기업이 체감하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내년도 우리 경제가 회복세는 보이겠지만 4%대 중반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경영 여건 개선은 어렵기만 하다. 화학 관련 기업은 고유가에 대비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수출 중심 기업은 환율 절상이라는 복병을 만날 수 있다. 중국 내수 시장 경쟁 악화로 해외에 눈 돌리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한다.

 기업의 해법은 오로지 보수경영이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 금리 상승에 대비한 재무구조 개선, 원유 수입 다변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개선 등이 그것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 업종은 삼성과 LG처럼 보수적인 환율 전망을 기준으로 하는 사업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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