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전찬웅 조이맥스 사장

지난해말 블리자드의 ‘WOW’가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국내 온라인 업체들은 오픈 시기를 늦추며 ‘WOW’ 폭풍을 피하기 위해 분주했다. 조이맥스 전찬웅(38)사장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다른 업체들처럼 폭풍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면 돌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그의 무모한(?) 행동에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는 고집을 꺽지 않았다. 마침내 ‘실크로드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유저들은 광대한 맵과 참신한 시스템에 열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크로드’는 이제 중국·대만·일본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PC게임 개발사에서 온라인게임 개발사로 변신을 시도한 전 사장은 ‘실크로드’를 세계적인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다시금 두문불출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PC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2000년도 게임업계를 달궜던 ‘아트록스’를 기억할 것이다. ‘아트록스’는 당시 국내 PC게임 뿐 아니라 온라인게임에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20만장의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지만 전 사장이 생각했던 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다. 서버 불안과 마케팅의 준비미흡 등이 원인이었다. 전 사장은 당시를 “조금만 더 잘했어도 게임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고 회고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판매되고 있었지만 한국적 ‘스타크래프트’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트록스’였기 때문에 더 큰 인기를 얻을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트록스’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한 채 새롭게 온라인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트록스’를 개발하면서 향후 플랫폼은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실크로드’다.

# PC게임명가에서 온라인게임 명가로

전 사장이 게임과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대 초반 캐나다 유학시절이었다. 캐나다에서 영화보다 게임 산업 규모가 더 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전 사장은 게임에 ‘올인’ 할 생각을 굳히고 게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96년 한국으로 돌아와 97년 조이맥스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게임개발에 뛰어들었고 PC게임 명가로서 자리를 굳혀 나갔다.

“국내에서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이었지만 해외에서는 대중산업으로 커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분명히 게임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게임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조이맥스는 다수의 히트작을 개발하며 게임업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처음 개발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파이널 오딧세이’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되는 성과도 거뒀다. 다음으로 개발한 게임이 ‘아트록스’였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문화관광부 장관상, 프로게이머 지정 공식게임 등을 차지했다.

해외 수출도 활발하게 진행해 영국, 독일 등 11개국에 수출하는 등 PC명가의 자존심을 세워나갔다. 이후에도 TV 방영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탱구와 울라숑1’ ‘탱구와 울라숑2’ ‘요랑아 요랑아’를 비롯해 인기드라마인 ‘야인시대’를 게임으로 출시해 유저층을 아동과 여성으로 까지 확대시켰다.

# 게임속 실크로드 구현

전 사장이 ‘아트록스’를 통해 PC게임 명가로 자리매김했지만 이후 PC게임이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조이맥스도 위태로운 국면에 처했다. 전 사장도 심각한 고민을 한 후 온라인게임으로의 방향전환을 선언하고 ‘실크로드’ 개발에 뛰어 들었다. 당시만 해도 조이맥스는 PC게임 개발사였기 때문에 온라인게임 기술력은 전혀 보유하지 못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당연했다. 당초 기획했던 것보다 1년이란 시간이 더 소요된 것도 어쩔수없는 현실이었다.

“정말 힘든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도 많이 힘들었던 때였고요. 그때를 무난히 함께 넘어가준 직원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뿐이죠”

전직원의 노력으로 ‘실크로드’는 점차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전 사장이 ‘실크로드’를 개발하면서 개발진에 요구했던 것은 기획과 화려한 그래픽. 3D게임이 등장해 인기를 모으던 시기였다. 전 사장은 그러나 당시 수준에 맞춘다면 앞으로 나올 게임들에 비해 현저한 그래픽 차이를 보일 것을 예상하고 고퀄리티를 요구했다. ‘실크로드’가 개발되던 당시 처리용량이나 서버 기술력의 한계가 있었지만 전 사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현재 ‘실크로드’는 최고의 그래픽이 접목된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사장이 그래픽 다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기획이다. 처음 ‘실크로드 온라인’을 기획했을 때 그는 중국부터 이슬람, 유럽을 하나로 잇는 공간이었던 점을 십분 활용, 게임속에서도 이를 실현시켜 나갈 계획이었다.

아직까지 중국을 중심으로 구현돼 있지만 10월 안에 유럽 종족을 추가하면서 업데이트가 되면 그의 이런 기획이 점차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 ‘실크로드’에서는 새로운 문화를 하나씩 추가해 나가며 실크로드가 갖고 있던 동서양을 잇는 공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동서양 문화가 대립하면서 공존하는 그런 사이버 공간이 ‘실크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 글로벌 ‘실크로드’ 만들겠다

현재 ‘실크로드’는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 사장이 처음 ‘실크로드’를 개발할 때부터 해외시장을 고려했기 때문에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된 탓이다. 그는 국내에서의 탄탄한 인기를 밑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지난 2003년부터 준비해왔다.

중국 CIMO사와 판권 계약을 체결한 것이 이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 사장은 ‘실크로드’를 글로벌 게임으로 성공시키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가졌다. ‘실크로드’라는 소재가 친근감과 함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해 글로벌 게임으로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중국 CIMO사에 이에 일본과 대만에도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대만의 경우 지난달 상용화를 시작했다. 일본도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곧 단행할 예정이다. 각국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고 전 사장은 자신의 글로벌 게임 계획이 좀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3개국에만 수출된 상태이지만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다른 나라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에요. 앞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전념을 다할 계획입니다. 현재 미주의 경우에는 글로벌 서버를 운영하면서 ‘실크로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 사장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마음으로 ‘실크로드’의 글로벌 게임화를 위해 노력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마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게임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실크로드’는 그런 문화가 융합된 장소잖아요. 때문에 모든 문화를 융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해요. 또한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실크로드’가 탄생할 것이라고 봅니다.”

<안희찬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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