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표 남중수)가 게임 경품용 상품권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국민의 혈세로 성장한 공룡기업인 KT가 수익이 된다고 해서 불법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사행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 사업에 나서는 것이 정당한가하는 점이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거론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KT가 지난달 12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500억원 어치의 경품용 상품권 1000만장을 발행하겠다고 사업신청서를 낸 것이 발단이었다.
# 경품용 상품권 사업이 고수익 보장하는 것은 사실
KT의 경품용 상품권 사업 진출을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2가지 시각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국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수익이 된다고 해서 대기업이 사행산업에 손을 대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도덕적으로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정부에서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를 지정하는 이유가 높은 신뢰도를 갖춘 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품용 상품권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므로 국내 최대의 통신사인 KT의 참여는 오히려 환영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상반된 시각은 저마다 충분한 타당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한다는 시각은 경품용 상품권 유통시장이 아직 너무 혼탁하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경품용 상품권 시장은 불법유통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터라 발행사가 어디가 됐던 ‘딱지’로 전락하고 마는 상황이다. 이와관련해서는 국감에서도 경품용 상품권 유통시장은 연간 27조원 규모에 이르지만 회수율은 0.4%에 불과할 정도로 불법유통이 극심한 상태라고 지적된 바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게임제공업소에서 사용되는 경품용 상품권이 현금으로 환전되면서 계속 순환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품권 회수율이 낮을 경우 발행사는 상품권을 발행만 하고 회수가 안됨에 따라 자산운용 수입과 이자 수입 및 수수료 수입에 이어 엄청난 규모의 낙전 수입(5년 시한)까지 덤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KT의 경품용 상품권 사업 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이같은 사실을 모를리 없는 KT의 의도를 추궁하는 것이다.
# ‘딱지’ 피해 줄이기에는 대기업이 적격
반면 KT의 경품용 상품권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문화부가 발행사 지정제도를 만든 배경을 생각하면 KT같은 대기업의 참여는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사실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를 지정하게 되기까지는 상품권을 발행해 덤핑으로 유통시킴으로써 ‘딱지’화를 조장, 사행성을 부추기거나 아예 발행해 유통만 시켜놓고 종적을 감춰버리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문화부는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쳐 발행한 상품권을 회수할 능력이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상품권 발행사로 지정해 줌으로써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태를 방지하려 했던 것이다.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증보험의 보증을 받도록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였다. KT같은 대기업이 참여하면 소비자들은 더이상 상품권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정부의 정책에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 근본 문제는 게임 이용 문화
따라서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KT의 정당성 문제는 정부에서 유도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문화부 정책은 단지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발행사만 잡으면 경품용 게임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방법이었다.
특히 이번 국감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지정한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의 상품권도 시장에 흘러들어가서는 ‘딱지’로 전락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점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사례다. 사행성 짙은 게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용문화와 상품권 유통구조, 게임제공업소들의 생리 등을 도외시한 결과였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국감에서도 문화부의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 지정 제도는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또 이에 대해서는 문화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향후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답 했다. 이미 게임산업개발원을 통해 게임기에서 배출된 상품권을 재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품용 상품권과 관련한 통합 전산망을 구축, 상품권에 시리얼 넘버를 부여하고 게임기에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칩을 내장하는 형태로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KT의 경품용 상품권 사업 진출을 둘러싼 논란은 경품용 상품권의 뿌리깊은 불법유통 구조와 건전한 게임이용문화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고수익이 보장될 것 같다는 점만을 보고 사업에 뛰어든 KT의 도덕 불감증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을까 하는데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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