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어리스팅 약인가 독인가

“자본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선 IPO든 M&A든 출구(exit)쪽 시장이 우선 활성화해야 된다. 그렇지 않고는 결코 자본의 물꼬를 게임산업으로 되돌릴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IPO가 쉽지않은 상황에 M&A마저 어렵다면 누가 게임쪽에 투자하겠는가?”

국민 정서적으로 백도어 리스팅을 포함한 M&A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백도어는 특히 ‘뒷문 상장’이란 사전적 의미가 주는 뉘앙스 자체가 다분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백도어나 M&A는 벤처비즈니스의 엄연한 경제 행위이다.

자본주의와 벤처비즈니스의 본고장인 미국의 경우 IPO보다 M&A에 의한 투자 회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게임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홍역과도 같은 것이란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본 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중소 게임업체가 원활한 개발 자금 조달 길을 넓혀주기 위해 M&A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벤처캐피털 등 게임벤처에 잠겨있는 자본을 어떤식으로든 회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지 않는 한 벤처자본이 아무리 넘쳐나도 게임쪽으로 적극 유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붐 절정기에 게임쪽에 투자해 아직까지 잠겨있는 벤처캐피털 자본이 수 천억원대에 이른다”면서 “수익률을 내기는 커녕 원금의 일부만이라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다면, 게임 투자시장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펀드 매니저인 바이넥스트창투의 박재민부장은 “백도어리스팅와 같은 M&A는 큰 흐름에서는 반드시 거쳐가야 될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야 게임산업이 보다 성숙단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백도어나 M&A는 금융시장의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임 개발사 사장이나 대주주들이 주식시장에서 ‘머니게임’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히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M&A브로커, 부띠크, 창투사, 투자자문사 등 직·간접적으로 등록 또는 장외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무리한 투자 회수를 위해 관련 기업의 백도어 리스팅과 M&A를 부추기고 있어 게임업체가 머니게임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게임시장은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선 대규모 자본 조달이 필수불가결하다. 개발력은 있으나 자본의 벽에 부딪쳐 빛을 발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일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외하곤 펀딩 등 외부 자본조달이 막막하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M&A 시장을 건전한 방향으로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정책국장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코스닥 등록 업체와의 M&A 등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얼마든지 견실한 중소개발사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백도어나 M&A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작년까지만해도 M&A 시장에서 단골메뉴였던 중견 게임업체 A사. 이 회사는 코스닥시장내 한계 기업을 인수해 우회 상장을 추진중이라는 소문이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주식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인수 대상기업으로 거론되던 기업의 인수 비용, 즉 몸값이 크게 상승, 딜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는 증권시장 동향이 게임 백도어의 강력한 돌출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 주가 상승으로 매도기업의 시가 총액이 높아져 딜 사이즈가 달라진데다 주식 시장의 강세가 예상보다 오래 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면서 M&A 시장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까지 코스닥내 M&A 추진 기업이 100개 안팍에 달했으나 최근 주가가 총체적으로 상승하면서 대거 수면 아래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부띠크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장 한계기업, 즉 ‘비이클’(Vehicle, 일명 바지)이 최근엔 씨가 말랐다”면서 “주가가 오르자 대주주들이 욕심을 내 딜(M&A)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 업체들의 불투명한 회계 관리도 M&A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상당 기간 매출없이 개발만 이루어지는 게임 비즈니스의 특성상 M&A 협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실과 회계 처리의 미숙한 부분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인수 대상 상장기업의 경우도 대개 부실 및 한계기업이 많아 우발 채무 등 다양한 돌출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자(매수)와 팔자(매도)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백도어 리스팅은 실사나 협상 과정에서 다양한 부정적 변수들이 많이 튀어 나오게 마련”이라며 “아직은 백도어가 소리만 요란할 뿐이지 실제로 딜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제반 여건이 미진한 게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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