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백도어 바람 분다!

지분 인수나 스와핑(주식맞교환) 등으로 기존 상장사의 지배권을 확보하며 IPO(상장)효과를 누리는 우회등록, 이른바 ‘백도어리스팅’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의 코스닥 등록 요건 완화에도 불구, 윈디소프트 등 중견 게임업에들이 잇따라 코스닥 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IPO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 여기에 일부 상장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주가 부양 차원에서 게임업체와의 화학적 결합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악성 M&A부띠크들에 의한 ‘머니게임’ 현상이 나타나 ‘게임 백도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샨다네트워크의 천텐차오 회장과 함께 중국 갑부 순위 1, 2위를 다투는 가전 유통업체 궈메이의 황광위 회장(36). 지난해 포브스지 선정 중국 갑부 2위에 랭크된 황 회장은 대표적인 백도어 리스팅 수혜자로 꼽힌다. 자신이 대주주인 궈메이가 홍콩 증시 상장기업을 백도어 형태로 인수하며 일약 거금을 확보한 것이다.

비 상장 기업이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M&A의 일종인 백도어 리스팅은 세계적으로 벤처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성장 과정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M&A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유독 강한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이같은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국민의 정부 시절 벤처붐을 타고 운좋게 코스닥에 등록했으나, 마땅한 사업 아이템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계점에 도달한 기업이 많아 앞으로 이 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백도어 등 M&A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상반기에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도 백도어 바람을 견인하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몇몇 중견 게임업체들이 IPO를 추진하다 최근 백도어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근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 변수지만, 머지않아 비상장 선발 게임업체들이 백도어를 통한 상장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윈디 쇼크’가 도화선

캐주얼 대전 액션 게임의 최고봉 ‘겟앰프드’. 초·중생들 사이에선 이 게임을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듣는다. 20대 이상 성인 사용자가 소수에 불과하지만, 누적 회원수가 1000만명에 달하는 국민게임이다.

덕분에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윈디소프트(대표 이한창)는 연 매출 200억원 이상에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량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수 개월전 IPO를 추진하다 예비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한때 장외시장에선 ‘라그나로크’ 개발사 그라비티와 함께 ‘황제주’ 대우를 받던 윈디소프트가 IPO에 실패하면서 게임업계에선 “이제 초우량기업으로 분류되는 넥슨 말고는 IPO할 곳이 없다”는 말이 나돌았다.

‘윈디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은 결국 게임업계에 백도어 리스팅이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상장(IPO)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타깃을 ‘뒷문상장’, 즉 백도어로 돌린 것. 실제 윈디소프트의 뒤를 이어 IPO가 기대되는 게임업체들 중 상당수가 백도어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일부는 백도어를 추진중이다.

나스닥 기업인 그라비티와 넥슨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윈디 보다 실적이 우량한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 원대로 심사역은 “사실상 독자적인 IPO가 가능한 게임업체는 넥슨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면서 “앞으로 백도어나 M&A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게임은 기업 이미지 변신용(?)

‘게임을 잡아라’ 게임과 한계기업을 결합한 백도어가 주목을 받는 것은 게임 비즈니스 자체로 IPO는 어렵지만, 기존 코스닥내 한계기업과 접목될 경우 확실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 이미지 변신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온라인게임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지만, 게임은 여전히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총아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미 상장기업중 직간접적으로 게임사업에 뛰어든 곳이 수 십개에 달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게임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바이넥스트창투 박재민부장은 “기존 코스닥등록업체 중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매출이 부진한 업체들이 회사변신을 위해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하고 있는 비상장 게임업체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스닥 등록기업이지만, 확실한 수익 아이템이 없어 주가가 계속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비록 경영권은 내주더라도 확실한 사업을 접목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고, 향후 주가를 끌어올린다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종의 A&D(인수후 개발)식 M&A를 통해 ‘이미지 쇄신’과 ‘주가 부양’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 한 코스닥기업의 관계자는 “IT 경기가 장기 부진에 빠지면서 마땅한 사업아이템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게임은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고, 미래 지향적 아이템이란 점에서 어떤식으로든 게임과 잘 접목한다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유리하다.”고 밝혔다.

# ‘머니게임’전락 우려

백도어 형태의 게임 M&A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최근 M&A 시장이 수면 아래서 후꾼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중박 이상의 서비스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J, M, W, C사 등 중견기업들까지 IPO를 포기하고 백도어형태의 뒷문상장을 적극 추진중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자연히 최근 장외 시장에서 게임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다. 대기업인 S사의 자산운용팀의 한 관계자는 “모 중견게임업체가 백도어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나오자 장외시장이 이회사의 주가가 한 두달만에 50% 이상 급등했다”면서 “어떤 경우는 상장기업보다 더 관심이 높은 실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게임 백도어 시장이 이처럼 갑자기 달아오르면서 M&A중개업체 등 이른바 ‘꾼’들이 판을 치고 있으며, 이로인해 긍정적 의미의 M&A가 아니라 부정적 의미의‘머니게임’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상장기업)인수자금의 여유가 부족한 게임업체에 단기 자금을 대주거나 투자사(FI)로 참여한 후 M&A후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고 빠질 수 있다는 것.

이렇게되면 결국 백도어후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등 파이낸스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업체들이 M&A꾼들의 머니게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얘기다.

대주주는 물론 전직원이 수혜를 볼 수 있는 IPO와 달리 백도어와 같은 M&A의 경우 특정 대주주만 이익을 챙길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체적인 팀워크가 와해돼 게임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

전문가들은 “백도어 자체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고 세계적으로도 자본시장의 한 축임에 틀림없지만, 그 과정에서 중간 부띠크나 특정 개인만 부당 이익을 챙긴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임원재 사무국장은 “건전한 백도어는 가능성 있는 업체가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며 “그러나,투명하지 못한 M&A는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확산시키는 동시에 게임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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