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내에 갑자기 활성화된 시장에는 일손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업주들은 실력있는 종업원을 찾기보다는 일단 부족한 일손 채우기에 나서게 되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야 옥석 가리기에 눈을 뜨게 된다.
한국 게임시장도 이제 점점 옥석 가리기를 시작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현재까지는 게임시장이 활성화된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정한 게임 관련 경력을 보유한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고, 동시에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 년 내에 인력 수요는 물론 공급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물과 경력이 있어야 취업이 가능한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예견한 듯 몇 년 전부터 게임관련 전공과 게임관련 대학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수요는 많지만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힘든 게임시장에서 전문 게임인력의 양성은 시장논리로 보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대학에 게임관련 학과가 개설됐고 상명대학교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게임전공 석박사 과정이 신설됐다. 또한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도 정보문화 연합전공이라는 게임관련 전공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게임관련 전공이나 아카데미 신설 붐은 게임산업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한다. 뽑고 싶어도 뽑을 인력이 없다는 것이 게임사들의 불만이었고, 우수인력의 양성은 우수한 기술개발과 산업발전에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게임교육은 커리큘럼 등 여러 면에서 극복해야할 문제가 많다. 그 첫 번째는 게임을 가르칠만한 교수진의 부재다. 게임은 1년이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과 방식이 쏟아지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폭포수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게임사 전후를 꿰뚫는 40~50대 학자들이 많지 않음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실제로 게임에 오타쿠적인 성격을 가진 학생들이 게임전공으로 진학하는 예가 많아 교수들이 수업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장에서 뛰고있는 실무진들의 강의 참여는 여러모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기본적인 이론교육 위에 현장의 실무가 가미된 쓸만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실무를 가르칠 수 있는 게임사 실무진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게임학과를 나왔다는데, 게임개발 언어 하나 제대로 모르더라’는 식의 불평은 우리 업계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현실은 아닐까.
게임을 배우는 학생들의 심리적인 문제도 있다. 게임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게임사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전망도 좋거니와 어려서부터 해온 ‘게임은 재미있는 것이다’라는 잠재적 인식이 적지 않게 작용했으리라. 하지만 방송을 보는 것과 만드는 것이 다르듯, 실제 게임학과에 진학해 보면 그렇게 재미있지만은 않다. 또 게임을 3~4년은 해왔던 사람을 기준으로 커리큘럼이 짜여지고 진행되기 때문에 게임에 문외한인 사람은 따라가기조차 쉽지 않다. 물론 다소 이론적인 측면이 강조돼 있어 이에 대한 각오도 충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 ‘GDP대비 교육비 비중’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교육열을 가지고 있고 그 점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바탕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론과 실무가 겸비된 효율적인 교육이 한국 게임산업 발전에도 든든한 바탕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쓰리넷 성영숙 대표이사 one@e3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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