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쟁패 패왕전기’의 네트워크 일기토 대전은 싱글게임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적장을 잘 골라 싸워 이겨가며 자신의 등급과 명성치를 높여가는 싱글버전과 달리 일기토는 얼마나 많은 대전경험을 쌓았느냐가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 번씩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턴제 방식이기에 빠른 손놀림이나 순간적인 상황 판단보다는 상대의 공격과 방어 및 기술 사용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는 식의 심리전 양상이 강하다.
당연히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맛도 다르다. 싱글플레이에서는 한 단계 한 단계씩 자신의 레벨을 높여가며 얻는 성취감이 크다면 일기토 대전에서는 계획했던 한방의 작전이 먹혀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짜릿한 모험의 재미가 짙게 깔려있다. 일주일간의 싱글게임 수련을 거쳐 다시 네트워크 일기토 대전 경험을 쌓기 위해 도선국씨를 만났다.
“일기토에서는 일기토에 어울리는 유용한 스킬을 쓰세요.” 삼국쟁패 고수 도선국씨가 일기토 대전에 앞서 가장 먼저 꺼낸 조언은 일명 ‘일기토 스킬’이라 불리는 몇몇 기술을 숙지하고 이를 잘 활용하라는 얘기였다.일기토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격용 기술은 3번 연속 찌르고 베는 ‘바람베기’, 방어를 무력화시키는 ‘광풍치기’, 회피를 무력화시키는 ‘폭풍찌르기’ 등이 있다. 특히 ‘바람베기’는 결정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격과 방어를 위해 꼭 익혀둬야 할 기술이다.
또한 주로 고레벨에서 많이 쓰는 ‘청룡의 노래’와 ‘백호의 노래’라는 체력 회복 기술과 보조기술로 공격력 및 방어력을 일정 수준 향상시켜주는 ‘치우강림’, ‘마황강림’, ‘천재강림’ 등도 자주 사용된다.
“일기토에서 랜덤하게 만나는 상대를 그나마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는 단지 상대의 승패와 레벨 뿐입니다. 처음에는 이것을 바탕으로 상대가 어떤 식의 공격과 방어, 또는 기술 및 회피를 사용할지 예측해 이에 대응하는 전략 전술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일기토는 심리전 성격이 짙다보니 타이밍에 맞춰 회피를 잘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승패에 크게 작용합니다.”그렇다면 실력차가 많이 나는 고수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자기 레벨에서 위 아래로 20레벨 차이나는 플레이어만 랜덤하게 걸리도록 해놨으니까요. 그래도 완전 생초보가 실력도 안되면서 겨뤄보겠답시고 일기토에 들어오면 안되겠죠. 최소 70에서 100레벨 정도는 돼야 일기토에서 대전이 가능하고, 또 그 레벨에서 많이들 일기토 대전을 시작합니다.”
싱글게임에서 내가 일주일 동안 쌓은 레벨은 고작 20이었다. 아직은 강호 일기토 세계에 나설 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말로 들려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친김에 일단 한 판 붙어보고 나서 다시 얘기를 나누자며 대전을 신청했다. 그러자 예의 그 무예 고수로서 하수를 다루는 듯한 충고가 시작됐다.
“참, 매너 얘기를 빠트렸네요. 일기토는 혼자 게임하는 것이 아니라 익명의 유저와 대결하는 것이다보니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매너가 종종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시작대사와 승리대사를 넣게 돼 있어요. 이기거나 졌을 때 스크린에 뜨는 메세지 말이죠. 이때 이기든 지든 상대방에게 심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대사가 의외로 많아요. 이거 상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가 예로 든 것은 ‘꺼져라’, ‘엄마젖 더먹고 와라’ 등 비교적 강도가 약해 봐줄 만한 것(?)부터 ‘×밥’ 등 욕을 섞은 문구도 여럿됐다. 그는 이러한 대사가 승패를 떠나 상대방에게 악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일기토 전체 게임 분위기를 망치는 아주 저급한 매너라고 성토했다.
또한 자신의 높은 레벨과 기력만 믿고 줄곳 방어만 해대며 게임의 승패가 끝까지 안나도록 만드는 경우, 즉 삼국쟁패 유저 사이에서 통하는 ‘데리고 논다’는 비매너 플레이도 극소수지만 여전히 나온다고 지적했다.
레벨 차이가 크다보니 양쪽 모두 100레벨에 맞춰놓는 동등한 조건을 설정한 휴대폰을 사용해 총 5판을 겨뤘다. 결과는 1승 4패. 한 판도 못이길 줄 알았는데 운이 따라줬다. 대전에 앞서 배운대로 초반에는 방어와 회피를 주로 사용했고, 후반부터 상대의 체력과 기력을 고려해 공격과 기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내리 2판을 졌다. 그것도 아쉽게 느껴지는 승부였다.‘도아니면 모’라는 생각에 3번째 판부터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시험해보았다. 공격 일변도로 나가보기도 하고, 예측 불허의 기술도 사용해봤다. 그렇게 전개된 3판에서 1승을 겨우 건졌지만 다시 내리 2패를 당하며 높은 경험의 벽을 실감했다.
“조금이나마 느꼈을 지 모르겠지만 상대의 심리를 누가 더 잘 파악하고 잘 대처했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립니다. 물론 의외의 승부도 있긴 하죠. 이번처럼 정확히 같은 레벨끼리의 대전에서는 초반부터의 공격보다는 방어와 회피를 주로 사용해 체력과 기력을 조금이나마 더 확보하고 최후의 일격을 노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는 초반부터 강한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던 나의 성급함과 상대의 체력과 기력을 채 파악 못하고 불필요한 방어와 회피로 일관한 전략 등을 지적한 것이었다.
“일기토는 턴 방식으로 한번씩 공방이 오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확신이 들었을 때 공격, 방어, 기술, 회피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세요.”싱글 게임은 그렇다치고 일기토 대전에서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비결은 없을까. 범인들이 고수를 찾아 헤매는 이유도 다 그런 목적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하지만 도선국 고수의 답변은 이번에도 역시 ‘끈기있게 기본을 잘 지켜라’라는 말이었다.
“남이 모르는 비결을 찾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꼼수같은 것이겠죠. 모바일 게임에서 꼼수는 바로 버그입니다. 버그는 바로잡아야할, 즉 게임 시스템의 오류 같은 것이고요. 알면 권장할 것이 아니라 바로잡야하 하는 것이기에 실력을 높이는 비결이라 말할 수도 없는 부분이죠.”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가 꺼내놓은 마지막 한마디는 마치 성공 관련 베스트셀러에 나오는, 즉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그런 조언이었다.
“앞서 지적한 일기토에 필요한 기술 숙지 및 활용과 더불어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많은 대전 경험입니다. 사람과의 실전 경험만큼 좋은 실력쌓기 비법은 없습니다. AI가 아닙니다. 실제 여러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붙어봐야 실질적인 경험이 쌓입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비로소 나만의 독특한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죠.”
모든 게임이 그렇겠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고수가 되기위한 별도의 지름길은 없다. 단지 좀더 확실하게, 좀더 안전하게 가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임동식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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