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독자 개발 API `위피` 규정보다 많아
이동통신사들이 독자 개발한 서비스인터페이스(API)가 표준인 ‘위피’에 의해 규정된 것보다 많아져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최근 출시한 3D 게임, 위치기반서비스(LBS), 텔레매틱스, 모바일뱅킹 등 신규 서비스를 대부분 독자 개발한 확장 API를 적용 중이다. 문제는 지난해 초 ‘위피 2.0’ 이후 후속 버전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통사만의 독자 API가 표준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이통사간 호환성 약화는 물론 표준인 ‘위피’의 위상도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이통사들의 독자규격을 표준화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태=‘위피’ 표준화를 담당하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 표준화위원회는 플랫폼 호환성을 위해 이통사들이 개별적인 규격을 사용할 경우, 3개월 후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운영규정을 마련해 놓았다. 이통사들의 신규 서비스 개발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후 장치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를 지키는 이통사가 없어 운영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신 ‘위피 2.0’이 지난해 2월 제정됐지만 독자 개발한 규격을 위원회에 제안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 3D 게임, 위치기반서비스, 텔레매틱스, 모바일뱅킹, 스마트카드, 위성DMB 등 신규 서비스에 적용 중인 API의 대다수가 대부분 이통사 독자 규격이다.
◇문제점=독자 규격의 증가는 플랫폼 호환성이 약화된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게다가 이통사 간 플랫폼 호환성을 확보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려했던 위피 도입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다. 이통사 별로 독자 규격을 앞다퉈 상용화하려다보니 표준화 작업이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상용 기술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충돌하는 이해당사자들의 복잡한 의견조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이통사들이 마찰을 피하기 위해 표준화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업계에서는 우선 사문화된 운영 규정을 활성화시키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3∼6개월 단위로 이통사 자체 규격을 모아 위피 업그레이드 버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규격 표준화를 제안한 업체에 비즈니스 모델상 혜택을 부여해 업체간의 자율적인 표준화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표준 제안 절차를 개선 중인 표준화위원회는 이를 위해 규격 제안업체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 혜택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또 이통사들이 기술 차별화를 위해 특정 규격의 제안을 꺼릴 경우, 대신 ETRI나 유관단체들이 관련 규격을 제안해 이통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모색 중이다.
ETRI 임베디드 SW연구단의 김선자 팀장은 “이통사들의 신규 서비스 개발을 막을 수 없는 데다 표준화에 대한 당위성 주장 만으로는 호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일정 기간 안에 독자규격을 표준화하는 방안과 함께 제안업체가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념을 추가해 기업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