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 이전 따른 IT특수 기대
정부 산하 기관의 지방 이전이 탄력을 받으면서 IT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버·PC·OA 등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업체까지 새로 지방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지역 기반 조직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책임 경영 차원에서 주요 지역 거점에 본사와 별도로 독자 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공과 조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에 돌입했다.
◇컴퓨팅 업체, 지방 사무소 개설 잇달아=서버·스토리지 등 컴퓨팅 업체는 독자적인 지역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인텔코리아는 전국에 인텔 서버 재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방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텔은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서버 판매 업체 30여곳을 인텔 서버 리셀러(판매업체)로 구축했다. 인텔이 지방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의 정덕채 이사는 “목표했던 만큼의 지역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지방의 공공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스토리지 업체 한국EMC도 부산에 이어 최근에 대전 사무소를 개설했다. 앞으로 대전사무소는 중남부 지역 제2의 한국EMC 본사로 지방의 사무소와 영업망을 관리한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은 “이번 지방 사무소는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IT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국HP·한국IBM 등도 별도의 지방 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본사 인원을 아예 상주시키는 방식으로 지방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프린터 업체, 법인 설립=조달과 공공 시장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프린터·복합기·복사기 업체도 지방 수요를 겨냥한 움직임을 빨리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더욱 공격적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아예 본사와 별도로 독립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100% 출자해 이 달 초 광주시에 ‘후지제록스호남’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전남·전북·제주 지역 영업과 서비스를 총괄한다. 이에 앞서 후지제록스는 충청도에 지역 영업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 황흥국 실장은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필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면서 “호남 법인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한국전력과 토지공사 등 40개 정부 기관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신도리코·롯데캐논 등도 법인 수준은 아니지만 지방 사무소를 본부로 승격하는 등 지역 네트워크를 새로 정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지역 인지도 확보=그동안 지역 영업에 다소 소홀했던 소프트웨어 업체도 서울과 경기도 위주에서 지역 IT수요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보안업체 움직임이 활발하다. 어울림은 올 하반기에 대전과 부산에 지사를 연이어 설립했다. 어울림은 중앙 부처와 정부 투자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기 앞서 지역 지사를 설립, 지역 내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 회사의 문성환 부산지사장은 “지역 거점은 지방 특성상 빠른 기술 지원이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고객에게 신속하고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강병준·류현정·김인순기자@전자신문, bjkang·dreamshot·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