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식 기자의 고수에게 배운다]삼국쟁패 패왕전기(상)

숨은 고수가 많은 곳이 게임 세계다. 하물며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게임이 빠르게 선보였다가 사라지는 모바일 게임 세계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4월 출시된 대작 모바일 RPG ‘삼국쟁패 패왕전기’의 숨은 고수 도선국(26)씨를 만나 강호 모바일 게임 세계와 그 속에서 활동하는 모바일 고수가 되는 길을 물었다.

모바일RPG 문파 ‘삼국쟁패 패왕전기(이하 삼국쟁패)’를 창건한 게임빌(대표 송병준)이 숨은 고수를 찾았으니 방문해도 좋다는 연락이 왔을 때 여드름이 숭숭 박힌 고딩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대개의 모바일 게임에서 그랬고, 현재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다수는 중고등학생이며 초고수 지존레벨도 청소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하하. ‘삼국쟁패’는 RPG 장르 아닙니까. 아무래도 아케이드 등 다른 장르보다 성인유저가 많은 편이죠. 저 역시 지금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고요.” 아이디 ‘천상천’으로 무림 쟁패 세계에서 고수로 이름 난 도선국씨. ‘삼국쟁패’가 출시되자마자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6개월 정도 수련을 거쳤다고 한다.200 만렙 기준으로 198까지 찍어봤다는 그는 개발사 게임빌 뿐 아니라 다른 ‘삼국쟁패’ 유저 사이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완숙미 넘치는 고수로 꼽힌다. 마치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장삼봉 같다고나 할까.

1대1 대전으로만 치자면 네트워크 대전 일기토 랭킹에 최고수 레벨이 몇명 더 있다. 하지만 그는 대전 랭킹 뿐 아니라 ‘삼국쟁패’에 관한 전반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두루 꿰뚫고 있는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는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더 좋은 공략방법과 숨겨진 스킬을 찾아내고 연구하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다.

단적으로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정리해 ‘삼국쟁패 공략가이드 북’을 발간할 계획으로 현재 개발사와 협의 중에 있다.

“게임 초반에는 획득한 돈을 무기에 많이 투자하는 것이 좋아요. 돈 조금 있다고 해서 바로바로 자잘한 아이템 구매에 쓰지 마시고 일단 돈을 많이 모아서 현재 레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구입하는 거죠. 만약 그러고도 좀 남으면 방어에 투자하고요.”

‘삼국쟁패’가 다른 모바일 게임과 달리 ‘초반부터 무척 어려워 짜증부터 나더라’라는 질문에 곧바로 도고수의 상세한 설명이 시작됐다.

“예. 무기 강화가 일단 제일 중요해요. 좋은 무기를 구매하고 이를 강화하려면 돈이 들죠. 돈을 모으려면 전투에서 이겨 상금을 타야하거든요. 그런데 전투에서 자꾸 지면 돈도 못 모으고, 게임도 재미없어지죠. 악수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승리할 확률이 높은, 쉬운 전투를 골라 선택해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합니다. 그러면서 레벨을 높이고 무기를 강화해 조금씩 수준높은 적을 상대해나가는 것이죠.”

일단 설명이 시작되자 해주고 싶은 말이 엄청 많은 듯하다. 무기 구매부터 시작해 강화와 장착, 적장 선택 요령까지 그의 노하우는 쉼없이 이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해 한 번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주문했다. 그런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쟁패를 열더니 버튼 몇번 누르지도 않고 고레벨의 적장을 순식간에 잡아버렸다.

“사실 제가 갖춘 무기는 최고 레벨이거든요. 한 번 휘두르면 적이 입는 데미지가 크죠. 자 보세요. 대충 휘둘러도 그냥 다 죽잖아요? 이렇게까지 하려면 많은 전투에서 이겨 명성치와 레벨을 높이고 강력한 무기를 사야해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자신의 레벨에 맞춰 이길 수 있는 수준의 적장을 잘 골라서 많이 이기세요. 그럼 됩니다.”그가 사용하는 휴대폰을 넘겨받아 찬찬히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ok버튼이 닳고 닳았다. “AS센터에 여러번 갔다왔죠. 버튼 고장은 둘째치고 보드가 여러 번 맛이 가서 처음에는 교체하는데 돈 좀 들었어요. 지금은 요령이 생겨서 적은 비용으로 커버하지만요.”

휴대폰을 손쉽게 다루는 요령, 즉 버튼을 빠르게 또는 익숙하게 누르는 노하우도 있을 듯 했다. “글쎄요. PC게임의 키보드 다루듯 단축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 게임은 원버튼이 최고잖아요. 버튼 누르는 것이 불편하면 누가 모바일 게임 많이 하려 하겠어요. 저는 그냥 이렇게 한 손으로 잡고 엄지손가락만 이용해서 즐겨요. 물집에 굳은살도 여러번 박혔죠.”

왼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눈과 휴대폰과의 간격은 약 30∼40Cm, 약 45도 밑을 쳐다보며 게임을 하는 그의 모습은 수치와 논리로 설명하기 이전에 이미 자연스럽게 틀이 잡힌 느낌이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잘 보낸다고 모바일 게임 잘하는 거 아니죠. 휴대폰 잘 다루는 것 보다 게임을 많이 해봐야 익숙해지고 실력도 늘지 않겠어요.” 다다익선을 말함인가. 우문현답 같은 질문과 대답이 이어지자 그렇다면 모바일 게임을 잘하고 싶은 초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그래도 뭔가 숨겨진 노하우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 ‘삼국쟁패’ 같은 모바일 RPG는 온라인 RPG와 비슷하다고 봐요. 노가다라고도 하죠. 다시 말해 게임 속에 널려있는 돈, 아이템 등을 열심히 습득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RPG의 목적이니까요. 이 때 중요한 것 한가지. 처음 선택한 캐릭터 하나를 끝까지 잘 키우려는 의지가 필요해요. 중간에 재미없다고, 옆사람 말만 듣고 노파심에 금방 캐릭터를 바꾸다보면 제대로된 캐릭터 하나 키워보지 못하고 그냥 끝나버리죠. 쟁패는 경험치 150 이상이면 대부분 비슷하거든요.”다음 수련을 대비하기 위해 좀더 강해지기 위한 구체적인 ‘삼국쟁패’ 파해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열심히 연습하시고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되면 이후부터는 장비의 강화와 조합에 신경쓰세요. 어떤 무기를 강화할 것인가, 또 어떤 아이템을 묶어 조합해 더 훌륭한 아이템으로 바꿔 나가느냐가 이후 전투 승패와 고수로 가는 진로에 큰 영향을 줍니다. 기억하세요. 장비 강화와 조합이요.”

누가 모바일 게임을 시시하다고 했던가. 고수와의 두시간 가까운 수련 속에서 온라인 못지 않게 모바일 게임 역시 잘 하려는 노력과 일정 수준의 전략 없이 쉽게 고수가 되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뼈저린 각성이 온몸을 파고 들었다. 최소한 모바일 RPG에서 만큼은 말이다.

다음번에는 1대1 일기토 대전을 약속한 후 ‘삼국쟁패’ 고수와의 첫 만남을 마쳤다.

고수 프로필

도선국

나이 : 26세

아이디 : 천상천

모바일 게임 경력 : 6년

주특기 장르 : RPG

소속 길드 : 인연길드 길드마스터

<임동식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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