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G 이번엔 자리 잡나?

지난 2차시즌 흥행에 실패하며 존폐의 위기에 놓였던 ‘WEG(World eSports Games)’가 CJ미디어의 긴급 수혈로 극적인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CJ미디어가 2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참여 형태로 가세하면서 자금 부족으로 꽉막혔던 숨통이 트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WEG는 당초 계획보다는 다소 늦어졌지만 오는 10월 하순 3차 시즌을 개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단지 3차시즌을 열 수 있게 됐다는 것만 가지고는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뭔가 성과를 일구어내지 못한다면 CJ미디어의 투자는 WEG의 생명력을 잠시 연장해주는 데 그칠 수도 있다.

이미 주변과 팬들의 반응이 차갑게 식어버린 때문이다. 이번 CJ미디어의 참여가 WEG의 미래와 ‘한국형 e스포츠의 글로벌화’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WEG가 당초 의도했던 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과 풀어야할 숙제가 너무 많다.

# 2차시즌 참패로 위기 상황 몰려

1차 시즌을 진행하던 연초만 해도 e스포츠 열기를 세계로 확산시킬 수 있는 한국형 e스포츠 산업 모델로 관심을 끌었던 WEG는 지난 6월 2차시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급격한 침체현상을 보였다. 정규시즌은 물론이고 결승전 조차 아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채 쓸쓸하게 치뤄야만 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그랬다. e스포츠협회는 후원조차 꺼려했고 1차시즌을 중계했던 온게임넷은 방송을 포기했다. 더구나 퀴니와 MBC게임 등 기존 게임방송사들도 모두 ‘시간을 할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계를 포기, WEG측은 케이블 음악채널을 통해 중계해야만하는 상황에 몰렸다.

본선경기 일정도 도심에서 벗어나 경기도 일산의 KMTV 스튜디오에서 진행해야 했다. 이래 저래 2차시즌은 노출도나 시청률면에서 최악의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는 구도였다.

WEG의 악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10만 관중을 동원한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결승전을 진행했음에도 폭우로 관중이 모이지 않아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한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의 관심도 급격히 낮아졌고, 그 여파로 당초 7월초 국회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2차 한중국가대항전도 장마 시즌임을 이유로 연기하더니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여기에 과도한 운영비 지출로 WEG가 빛더미에 올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더이상 지속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이르렀다. 초기에 이 대회를 주최하던 아이스타존이 발을 빼고, WEG를 별도 법인으로 도등록시킨 것도 더이상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정사장은 WEG의 사활을 걸고 투자자를 물색해 왔다. 중국측에서 ‘WEG’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해온 것도 이 즈음이었다.

# 부침 원인은 ‘스타크’ ?

WEG가 이처럼 존폐위기에 몰리게된 가장 큰 요인은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가 종목에서 제외된 때문이었다. 세계 무대에서는 ‘스타크’보다는 ‘워3’나 ‘카스’의 인기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스타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에 시청률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방송사는 WEG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스레 노출도 저하로 이어져 팬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지대한 관심속에 치러진 1차 시즌의 경우는 ‘스타크’가 정식 종목에 포함돼 있었다.

물론 아이스타존이라는 중소기업을 발판으로 시작했다는 점도 애초부터 자금력 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상금 규모만 해도 연간 56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데다 매번 리그를 진행할 때마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초청해 숙식을 제공하고, 결승전은 해외 주요도시에서 치른다는 컨셉트는 처음부터 엄청난 자금력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다 보니 끊임없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줄 후원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대회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WEG의 태생적 한계였다.

WEG는 다시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같은 태생적 한계는 물론 멀어져간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과 팬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켜야만 한다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 CJ미디어 가세로 새출발 가능

이런 가운데 이루어진 CJ미디어의 지분 참여는 커다란 변수임에 틀림이 없다. 20억원이면 앞으로 한동안 WEG 대회를 이어가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이로써 일단 자금력 부족이라는 한계는 어느정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EG 내부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WEG는 그동안 최악의 재정상태를 보여온 터라 그동안 쌓인 부채를 해소하고 나면 실제 남는 자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사장 자신도 “부채를 갚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는 WEG가 이번 CJ미디어의 자금을 유치함으로써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 나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CJ미디어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WEG의 지분 44%를 확보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CJ미디어는 기존 투자자들과는 달리 단순한 후원 선에 머문 것이 아니라 절반 가까운 지분을 확보, WEG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에 대해 정사장은 “경영권이나 대회 진행 등에 CJ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최대주주가 된 CJ미디어가 두 손 놓고 바라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WEG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관계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CJ미디어의 투자 배경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게임방송 사업 진출을 추진해온 CJ미디어가 이번 투자를 포석삼아 게임방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WEG의 정사장은 “WEG를 통해 가시화 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보안상 아직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밝힐 수는 없지만 CJ미디어에서도 인정한 국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같은 정사장의 설명은 게임리그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비즈니스는 일단 WEG가 세계가 인정하는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로 인정을 받고 난 다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CJ미디어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또 CJ미디어의 후원을 바탕으로 WEG가 다시 연초와 같은 관심을 끌어내며 당초 의도했던 ‘세계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WEG’는 지난해 중국에서 개최한 ‘한중국가대항전’을 모태로 만들어진 국제게임대회다. 지난 1월 시작한 1차시즌 때만 해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의 글로벌화라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연간 56만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의 상금을 내건 연중 상설리그인데다 세계 각국에서 톱클래스의 선수들을 초청, 선수촌까지 운영하며 화려하게 시작한 터라 한국형 e스포츠 모델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를 걸기에 충분했다.

중국 베이찡에서 결승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너무 많은 팬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중국 공안이 바짝 긴장, 관람객 수를 제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당시 중국에서는 5대 메이저 포털사이트가 앞다퉈 경기 VOD를 서비스하면서 당초 의도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게 하기도 했다. WEG는 처음부터 ‘세계 e스포츠 메이저리그’로 육성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대회로 이를 통해 한국형 e스포츠를 산업화로 연결해 나가겠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실제로 WEG는 기획단계에서부터 해외에서 인기 있는 ‘워크래프트3’와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을 중심으로 한 연중 상설리그로 펼치고, 모든 경기를 VOD 콘텐츠로 제작해 세계 시장에 판매키로 하는 등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대회다.

당초 계획은 연간 4차례의 정규 시즌을 열 계획이었다. 각 시즌은 계절별로 세계 각국의 유명 게이머들을 초청해 국내에서 정규리그를 진행하고, 결승전은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할 예정이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