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하나. 주 전산센터를 바탕으로 IT아웃소싱을 추진하는 A금융사의 경우다. 이 금융사는 인천 송도 신도시에 저렴한 가격으로 부지를 매입해 센터를 신축하고, 이를 외국계 IT서비스 기업에 10년간 장기 임대 계약을 맺은 후 센터 아웃소싱까지 맡기는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금융사의 대주주는 외국기업. 송도 신도시에 입주하는 외국기업에 국내 기업보다 훨씬 더 싼 가격으로 부지를 공급하는 정부 원칙을 십분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이 금융사의 대주주는 본사 차원에서 협상 우위권을 점하고 있는 해당 외국계 기업의 주주이기도 하다. 협상이 성사되면, 이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부동산 차익, 아웃소싱으로 인한 비용 절감, 그리고 본사가 투자한 관계사의 비즈니스 확대 등 ‘일석 삼조’의 효과를 올리게 된다.
사례 둘. 아웃소싱 전략을 밝힌 다른 B 금융사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은 해당 서비스 기업에 ‘각사가 알아서’ 아웃소싱 전략 밑그림을 그릴 것을 주문했다. 여기서 한 회사가 양사의 공동 투자를 바탕으로 한 ‘조인트벤처’ 설립을 과감하게 제안했고, 발주처측에서 높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이런 전략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나섰다는 후문이다.
사례 셋. C 금융사 역시 인수·합병으로 인해 남게 된 주 전산센터 매각을 조건으로 아웃소싱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훌쩍 넘도록 협상에 진척된 사항이 없다. 경영진이 아웃소싱에 대한 의사결정을 명쾌하게 내리지 않고 있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서비스 업체들은 센터 매입을 위한 투자 만큼 해당 금융사가 받게 되는 메릿이 없어 수지타산이 안맞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추진되는 금융권의 아웃소싱 협상은 어떤 이유든 간에 이처럼 ‘머니 게임’ 성격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SI 업체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웃소싱 속성 상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며 “겉으로는 데이터센터 시설 및 아웃소싱 운영 노하우가 사업 수주의 핵심 역량으로 내세우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51%는 결국 자본력, 투자여력”이라고 말한다. 과도기적인 선택이라 할지라도 합작사를 만들거나 아니면 자산 및 인력을 이관받는 아웃소싱은 결국 서비스업체의 자금 동원력과 투자의지가 선결조건이라는 것. 물론 서비스 경쟁력이 아예 무시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아웃소싱 이슈에서 IT가 절대적일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아웃소싱 협상이 머니 게임으로 흐르기 때문에 국내 SI 업체들은 협상력에서 일정 정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기도 한다. 특히 서버나 솔루션 등 물리적인 인프라를 보유한 외국계 기업은 아웃소싱 협상에서 순수 서비스 업체보다 유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신혜선·이정환기자@전자신문, shinhs·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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