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
국정감사가 시작된 2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감사장은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의원들이 개량한복부터 마고자와 두루마기를 갖춘 전통한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복을 입고 국감에 임한 것이다. 감사 대상인 문화관광부의 정동채 장관도 이에 화답하듯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왔다.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이벤트에 여야 할 것 없이 한마음이었다. 국회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게다가 일부 의원은 서류뭉치와 종이보드 대신 노트북PC와 프로젝터를 이용해 질의를 진행, 유비쿼터스 시대에 대비하는 달라진 디지털 국회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정작 국감 과정에서는 달라진 게 없었다. 여야 간 서로 아픈 고리를 건드리는 정치적인 질문들은 그렇다치더라도 소관 부처와는 무관한 질문이 난무하거나 객관적인 데이터 없이 막무가내로 답변을 요구하는 등 예전의 국감 현장을 보는 듯했다.
피감기관인 문화부 역시 그냥 고비만 넘기자는 식으로 ‘열심히 해보겠다’ ‘검토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거듭했다. 옷만 바뀌었을 뿐 속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일부에서는 실효성 없는 국감을 없애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감을 받느라 관계기관이 거의 손을 놓다시피하는 구태가 매년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과 기업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국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기 주장과 변명만 오고가는 국감이 생산적인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고 본다.
국회가 ‘디지털 국회’를 선언한 게 엊그제다. 지난 1일 개원한 정기국회에서는 본회의장 의원석마다 개인컴퓨터를 설치하는 등 변화의 모습도 보여줬다. 외견상으로는 변화의 시대에 발맞추려는 국회의 노력이 엿보이는 듯해 뿌듯했다.
그러나 이런 외견상의 변화가 전부는 아닐 터다. 이제 국회는 생산적인 국감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만 행정부를 견제하는 동시에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국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문화부·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