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가문의 위기

나는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상, 국내 개봉되는 영화는 모두 보고 있다. 극장 개봉되는 영화를 나처럼 거의 한 편도 빠짐없이 모두 보는 기자나 평론가는,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런데 이 직업이 나쁜 것도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서 극장에 간다. 그러나 나는 보기 싫은 영화도 억지로 봐야 한다. 시사회 도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올 수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꾹 참으며, 끝까지 봐야 한다. 그 고통을 일반 관객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아주 드물게, 실수인척 나에게 시사회 공지를 일부러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저 사람이 이 영화를 봤자 악평을 할 것이 뻔하고, 그것이 상당한 타격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시사회 연락을 하지 않는다. ‘가문의 위기’가 그랬다.

전작인 ‘가문의 영광’이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나는 그런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가문의 수치라고 생각했다. 내 악평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속편인 ‘가문의 위기’ 시사회가 나도 모르게 지나갔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표를 끊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보면서 홍보 담당자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그렇다. 이 영화를 내가 시사회 때 보았으면, 아주 심한 말이 나왔을 것이다. 전라도 욕지거리를 총동원해서 웃기려고 작정한, 말초적 감성만을 자극해서 웃기는 것만이 지상목표인 이런 영화를 내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 웃음 뒤에 끌려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란! 어쩔 수 없이 웃다 보면, 웃는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 것이다.

‘가문의 위기’는 속편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전편의 상업적 성공요인을 회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기본 컨셉트는 ‘가문의 영광’과 같다. 언밸런스다. 그것을 조금 뒤집었다.

백호파의 대모 홍덕자 여사(김수미 분)가 주인공인 것은, 전편의 남자 보스를 여자 보스로 성적 변화를 주면서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 위한 것이다. 성적 역할의 전도는, 전편에서 조폭 보스의 딸이 명문대 사위를 데려 오면서 빚어졌던 언밸런스 코미디의 기본 컨셉트를 유지하면서 역할 바꾸기로 웃음을 주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위가 아니라 며느리다.

어머니의 환갑잔치 전까지 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홍 여사의 큰 아들 장인재(신현준 분)의 눈에 띈 여자는 공교롭게도 현직 강력계 검사인 김진경(김원희 분). 조폭을 잡아들이는 검사가 며느리로 온다는 설정이, 이 영화에 긴장감과 웃음을 준다.

‘가문의 위기’는 과도한 성적 농담과 지면에 옮길 수 없는 쌍욕으로 가득 차 있다. 유방확대 크림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성기 보호대도 등장한다. 코믹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이어져서 생각 없이 웃을 수는 있다.

1편의 주인공 정준호가 카메오로 등장하고 장인재의 맞선녀로 나오는 현영이나 비뇨기과 의사로 등장하는 개그우먼 박희진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 거기다가 조폭의 비애까지 건드려서 어설픈 감동을 유도하려고 한다.

이명세 감독의 ‘형사’, 허진호 감독의 ‘외출’과 함께 추석 한국영화 3파전에 가담하는 ‘가문의 위기’는 분명히 시즌의 성격상 흥행 전선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평론가로서 이런 영화를 권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코미디라고 해서 무조건 질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코미디의 건강한 생명력이야말로 삶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자산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직 말초적 성감대만을 건드리는 코미디 영화는 싫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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