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과징금 폭탄으로 해결되나

 통신사업자들이 ‘과징금 폭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SK텔레콤과 KTF가 ‘폭탄’을 맞았다. 각각 93억원과 53억원이란 거금이다. 이통3사는 똑같은 ‘죄목’으로 2001년에는 240억원대를 물었다. 지난 2003년에는 5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형량’이 부쩍 늘었다. ‘죄질’이 감안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 몇년간 누적 과징금은 SK텔레콤의 경우 900억원이 넘는다. KTF와 LG텔레콤은 420억원대와 240억원 수준이다. 3사가 거의 2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징벌을 받은 셈이다. 끝이 아니다. KT는 요금 담합 이유로 아예 1000억원대 과징금을 공정위로부터 ‘하사’ 받았다. 이런 벌주기는 당분간 더욱 확산될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과징금 융단 폭격을 각오해야 할 처지다.

 불법은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수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보조금도, 요금 담합도 기업들의 승복을 이끌어 내기엔 어딘지 2% 부족하다. 보조금 금지 규정은 곧잘 성매매 근절법에 비견된다.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뿌리뽑기가 ‘불가능한 특성’을 갖는다. 잠재적 불법만을 양산한다는 비판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일방 수용할 수도 없다. 방치해도 또 그만큼의 부작용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어느날 갑자기 지금의 유통구조가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무차별 보조금 살포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다. 정부나 사업자의 의지와는 상관 없다. 시장 구조가 그렇다. 점유율 상한선을 천명한 SK텔레콤이나 공세적 입장의 KTF, LG텔레콤이나 장기적으로 멍들긴 매한가지다.

 요금 담합도 비슷하다. 담합과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권고는 경계선상에 있다. 왼쪽으로 해석하면 시책 협조에 해당한다. 엄격하게 오른쪽으로 구분하면 담합으로 해석된다. 기업들의 항변이 일리 있는 이유다. 100억원대 벌금으로 유사 사례가 사라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어차피 규제당국의 눈치를 봐야 할 업체들만 등 터지는 새우 꼴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부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이미 여타 부분 규제의 상당부분을 공정위에 잠식당했다. 보조금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유지한다면 정통부의 역할도 계속된다. 완전히 풀면 그 다음부터는 공정위 영역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공짜폰이 넘쳐나고, 시장 질서 문란에, 약탈적 가격정책 시비에, 모두 공정위의 입맛을 자극할 것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제와 감독기능이 요구된다. 더구나 보조금 문제는 어느새 일정부분 유효경쟁체제라는 정책적 도구로 쓰임새가 변했다. 기업들의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기왕 맞을 매라면 한 곳에서 몰아서 맞는 것이 속이라도 편하다”는 것이다. 이들도 전선의 확대는 원치 않는다. 기업은 예측가능성을 우선시 하는 집단이다.

 마침 보조금 건은 조만간 결론이 난다. 정통부가 다양한 안을 마련했다. 어차피 완전 금지라는 현행 규정 연장은 명분이 없다. 완전 해제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렇다면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전제조건은 지킬 수 있는 선을 명확하게 긋는 일이다. 기업 간 이해를 수렴, 조정하고 경쟁과 질서를 보장하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란 것이다. 보조금의 총량규제이건, 업체별 차등 조정이건, 단말기의 기간별 구분이건, 이번만은 ‘지킬 수 있는기준’을 마련하자. IT관련 규제법이 성매매 근절법에 비유돼서야 소도 웃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기업들이 납부하는 과징금은 무슨 돈인가. 기업가들 개인 재산이 아니다.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투자 선순환 구조 유도라는 어려운 이야기는 뒤로 돌리자. 기업이 불법 굴레 벗어나고 경제 살리는 데 돈 좀 쓰도록 ‘조지는 것’이 징벌보다 시급한 과제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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