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왕따된 `보다폰 글로벌 마케팅`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이 현지사정을 무시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추진한 결과 일본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시장에서 한 때 NTT도코모의 아성을 넘보던 보다폰은 부실한 통화품질과 한 세대 뒤진 단말기 출시 등 실수를 거듭하면서 지난 7월 시장점유율이 16.9%로 떨어져 2위KDDI(23%)에도 한참 뒤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보다폰의 어려운 상황은 썰물처럼 경쟁사로 빠져나가는 고객수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들어 보다폰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수는 지난 5월말까지 무려 20만명에 달한다. 이들 고객 대부분은 보다폰의 기본적인 통화품질을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꼽고 비싼 통화요금이나 촌스러운 단말기는 오히려 부차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4월 KDDI로 바꾼 한 20대 초반의 일본여성은 “친구들이 연락할 때 보다폰은 통화가 아예 안되거나 중요한 문자메시지를 못받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면서 심지어 보다폰을 쓰면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보다폰이 지난 수년간 3G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반면 일본 지하철 구간이나 시골지역의 음성서비스 시설개선에는 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보다폰은 또 지난 연말 일본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을 무시한 채 ‘저가형 글로벌 단말기’를 판매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보다폰 경영진은 세계 13개국에 공급할 신형 휴대폰을 한가지 시리즈로 통합하면 원가절감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글로벌 단말기는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제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휴대폰 기술과 디자인면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일본시장에서 글로벌 단말기는 단지 덩치 크고 기능도 부족한 ‘아저씨 폰’일 뿐이었다.

젊은 고객 상당수가 첨단기능에 매끈한 디자인을 지닌 경쟁사 휴대폰을 갖기 위해 썰물처럼 떠났고 이 여파로 지난 회계연도(04년 4월∼05년 3월) 일본법인 보다폰 K.K의 매출은 전년대비 15.4%나 감소했다.

영국 보다폰 본사는 이처럼 실타래처럼 얽힌 일본법인의 경영회복을 위해 지난 4월 빌 모로우를 새로운 CEO로 파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빌 모로우는 현지 취향을 반영한 신형 단말기를 발주하고 복잡한 요금체계를 간소화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보다폰의 아룬 사린 회장은 “일본 이통사업이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할 경우 사업매각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일본 경영진을 다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에서 보다폰의 고전은 어떤 글로벌 기업도 지역 시장의 특성을 무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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