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역사와 함께 한 `벨연구소`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의 한국 방문에 맞춰 한국 내 벨연구소 출신 주요 인사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벨연구소가 루슨트테크놀로지스(옛 AT&T)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맹아기의 우리나라 통신업계 전문가를 대거 배출하고 아직까지 전세계 통신기술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슨트코리아의 양춘경 사장은 “국내 통신산업 정책과 기술혁신의 기폭제 역할을 해 왔던 벨연구소 출신들은 현재도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정보통신 인맥 중 하나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업계 스타 ‘등용문’=벨연구소에서 근무했거나 교육을 받고 활약중인 정보통신 업계 인력만 140명 이상. 국내 정보통신 업계, 정부 기관, 학계 등에 고르게 진출해 있다. 국내 통신 업체 전문 기술의 산실인 셈이다.

 지난 1970년대 ‘백색전화’ 시대에서부터 TDX(전전자교환기) 교환기, CDMA 그리고 2000년대 전후로 한 인터넷 시대를 관통하며 국내 유무선 통신업계 전반에 통신 전문가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전자통신연구원(ETRI) 설립부터 TDX 개발, CDMA 상용화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 통신산업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도 IT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국내에 들어온 벨연구소 출신들은 ‘종우회’라는 모임을 결성,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전체 분포로 봤을 때 학계 진출자가 가장 많으며 통신업계에도 다수가 근무하고 있다.

 ◇한국 통신 주춧돌 ‘1세대’=벨연구소는 통신기술 불모지인 국내에 통신 분야 ‘스타’ 등용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기술을 체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한국 통신 역사의 기초체력을 다져 놨다.

 국내 정보통신 산업을 총괄했던 인사만 해도 양승택·경상현 등 장관 2명을 배출했다. 이 중 양승택 동명정보대 총장은 ‘종우회’ 회장을 맡으면서 현재도 국내에서 활동중인 벨연구소 출신들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양 총장은 68년부터 79년까지 미국 벨연구소에 근무하며 전송 프로젝트 개발작업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로, 이후 ETRI 재임 시절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CDMA 이동통신기술을 개발한 주역이다.

 귀국 당시에 한국전자통신(현 삼성전자) 기술상무를 맡아 반전자교환기의 기술과 부품 국산화에 기여한 양 총장은 82년 TDX 국산화를 주도했다. 3000만달러만 주면 모든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벨연구소의 제안을 뿌리치고, 기술 독립을 위해 독자적으로 4000만달러를 투자해 TDX 국산화 프로젝트를 밀어붙인 사건은 아직도 통신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용경 KT 전 사장 또한 79년부터 91년까지 미국 연구소에서 반도체 레이저와 광섬유 기술 개발 경험을 쌓은 벨연구소 출신으로, 국내에서 KT연구개발본부와 KTF 사장을 거치며 지난 2002년부터 민영기업 KT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벨연구소 재직 시절, 광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일조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주헌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장과 루슨트의 양춘경 사장도 벨연구소에 몸담으면서 후배들의 벨랩 입성의 가교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정규석 전 데이콤 사장, 유완영 전 이스텔시스템즈 사장 등도 벨연구소 출신으로 통신서비스 및 장비업계 전반에서 활약했던 인물이다. 삼성의 ‘S급 인재 모시기’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 디지털솔루션센터장으로 영입됐던 전명표 전 부사장도 벨연구소 출신이다.

 ◇벨연구소 명성 ‘현재 진행형’=벨연구소가 이전의 명성만큼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들 인맥은 주요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이상훈 KT 기간망 본부장, 홍원표 KT 차세대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 이명성 SK텔레콤 전략기술부문장 등이 국내 최고 통신 업체에서 활약중인 인물이다. 정보통신 장비 제조 분야에서는 유태삼 삼우통신공업 사장, 최두환 네오웨이브 사장 등이 있다.

 지난해 9월 삼성SDS의 유일한 여성 임원으로 영입된 장연아 상무도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 미국 AT&T 벨연구소, 전력회사인 PSEG, 시티그룹 등 글로벌 기업에서 최고정보화책임자(CIO) 역할을 맡았던 장 상무는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활용한 기업 비즈니스 전략변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로 통한다.

 학계에도 벨연구소 출신이 상당히 많다. 서울대에는 김성준·김태정·이병기·이재홍·임지순 교수 등이, KAIST에는 경종민·안재현·이용희·이창희·정윤철 교수 등이 있다. 포항공대에는 김유성·방승양·이필중·이진수·임기홍 교수가, 광주과학원에는 백운출·송계휴·송종인 교수가 포진해 있다. 이들 모두 관련 분야 최고로 꼽힌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