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몰려오고 있다. 단순 작업이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던 로봇이 청소나 엔터테인먼트, 교육용 등으로 변신하며 이미 우리 실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쟁 로봇이 실제 이라크전에 투입되는 등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의 영역과 역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제 로봇의 영역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봇인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에서 보듯 우주로까지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 어떤 방식으로든 로봇이 인간의 필수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일본·유럽지역의 생생한 로봇 연구개발 현장 취재를 통해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목요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청소용 로봇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며 로봇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가정용 로봇을 판매하는 국내 업체만도 유진로보틱스, 로보티즈, 이지로보틱스 등 벤처업체들을 위시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속속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각 대학에 로봇동아리가 생겨나고 국제 로봇축구대회가 만들어지더니 어느새 로봇학과를 두는 대학교까지 생겨났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과 대학들도 잇따라 휴머노이드로 불리우는 인간형 로봇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미래산업을 주도할 IT839정책에 로봇을 포함시키고 강력한 육성방침을 밝혔다. 이에따라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지능형 로봇을 성장엔진으로 정해 대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로봇연구는 이제 상상 속에서만 펼쳐져 왔던 로봇의 현실화를 재촉하고 있다.
작업현장의 기계로봇에서 시작된 로봇은 청소로봇은 물론 수술로봇, 알약크기의 초소형 로봇, 전쟁로봇, 재난구조용로봇, 탐사로봇, 인공지능로봇 등의 현실화로 더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과 동명의 영화 ‘i로봇’의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봇은 이제 슬금슬금 우리생활에 스며 들어와 우리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로봇이 문화를 바꾼다=세계 최초 상용화 청소로봇인 일렉트로룩스사의 ‘트릴로바이트’와 미국의 아이로봇이 출시한 ‘룸바’에 뒤질세라 국내에서도 청소 로봇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청소용 외에도 교육 및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포함된 다양한 기능의 로봇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홈 모니터링 기능과 방문자 확인, 영어 학습과 동화 구연 등의 기능을 갖춘 유진로보틱스의 ‘아이로비’를 비롯한 원격감시 및 체지방·혈압·맥박 등의 측정이 가능한 로보테크의 웰빙 로봇 ‘로보엑스’ 등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1가구 1로봇 보유시대도 머지 않은 셈이다.
정통부 IT정책자문그룹 인텔리전트서비스로봇그룹에서 프로젝트매니저를 맡고 있는 오상록박사는 “IT와 접목된 로봇 융합기술이 사회문화의 판도를 바꿀 것”며 “재택진료를 도와주는 등의 헬스케어 분야가 차세대 로봇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역할을 척척 알아서 처리하는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로봇 강아지와 산책하고 하루의 일과를 점검하거나 집을 지키는 로봇 시대가 10년 내 도래할 것이라는 오상록 박사의 분석이다.
◇로봇개발 어디까지 왔나=휴머노이드형 로봇에서는 단연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 그 뒤를 우리나라가 바싹 쫓고 있다. 하지만 초소형·탐사로봇 등 다양한 로봇기술이 숨겨져 있어서 섣불리 기술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로봇에는 통신과 컴퓨터, 센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인터넷과 이동통신 강국인 우리 나라의 이점을 보완한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세계 시장 선점도 가능하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는 걷고 춤추는 정도의 KAIST ‘휴보’이다. 일본의 경우는 ZMP가 초보형태의 가정용 휴머노이드 ‘누보’를 이미 상용화한 수준이다. 혼다는 계단까지 오를 수 있는 ‘아시모’, 히타치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걷는 ‘에미에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는 향후 수 십 년내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휴머노이드보다는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의료분야나 인간의 작업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작업을 대신하는 위험 로봇, 군을 대신한 전투로봇, 우주 로봇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변증남 KAIST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 소장은 “장애자· 노약자를 위한 보조용 로봇이나 수술 로봇은 상용화 전단계 실험을 진행할 만큼 기술 완성도가 높은 상태”라며 “나노급 초미세 로봇이 인체 내 투입돼 병을 치료하는 수준까지는 10∼20년 걸릴 지라도 수술 로봇은 3∼5년이면 상용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엔진으로서의 로봇=로봇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 성장엔진으로 주목받으며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지능형 로봇개발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에 비해 2∼5년 정도 뒤진 기술 수준을 오는 2013년까지 세계 3위로 끌어올려 ‘로봇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놓고 있다.
산자부는 10대 성장동력으로 산업용 로봇과 생활용 서비스 로봇개발, 정통부는 IT839을 통해 로봇지향형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과 관련 콘텐츠 기술, 네트워크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방부의 경우는 지뢰탐사 및 제거 로봇과 척후 로봇 등 군사용 로봇개발에 나선 상태다.
이외에 지방자치단체들도 투자가 활발하다. 대전, 마산, 안산, 부천, 경남, 경북 등이 로봇을 지역 산업 활성화의 한 축으로 인식, 각종 로봇 센터를 조성 중이다.
조영조 ETRI 지능형로봇연구단장은 “한국경제를 이끌 성장엔진이 바로 로봇”이라며 “로봇 진화가 인간의 생활을 현세기 내에 본질적으로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BT와 함께 21세기를 이끌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로봇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