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맵 없는 주먹구구식 정부출연연 분원 설치’에 대한 대덕연구단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원들이 지자체로 잇달아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대덕출연연 일각에서는 ‘중·장기적 로드맵 없는 주먹구구식 분원 추진’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은 “분원 추진이 정치적 ‘힘의 논리’와 지자체의 ‘특혜제공’ 제의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방침과 무관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로드맵 없이 지방자치단체나 특정인물 중심의 무계획한 분원 이전의 실패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30일 현재 과학기술계 및 출연연에 따르면 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자력연구소(KAERI) 등이 최대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지자체의 적극적 유치노력에 호응, 분원 추진을 확정했다. 비교적 순탄하게 이뤄진 이들 기관의 이전도 정작 국가 차원의 지방균형발전계획 등과 무관하게 진행됐다. 주먹구구식 이전 실패사례도 있다. 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증평 분원을 추진하다 과학기술부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됐고 모 연구원은 기관장의 의지로 추진된 분원 설치가 2년째 답보하면서 ‘주먹구구식 분원 설치’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최대 특혜는 곧 분원 유치=최근 대구 분원 추진을 결정한 ETRI는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일부에서는 기관장의 출신지까지 들먹이기도 한다. 정부의 로드맵이 없는 데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출연연 분원 설치를 위한 기준은 곧 어느 지자체가 최대 특혜를 제안하느냐와 직결된다. 로드맵이 없는 가운데 최근 KBSI의 대구 분원 설립과 관련, 대구시는 3만평 부지의 무상제공을 제안하고있다. 최근 대구 분원 추진을 결정한 ETRI도 대구지역 정치권·지자체의 러브콜 속에 임베디드 SW연구단의 이전을 추진중이다. 에너지기술연과 생명공학연 등도 해당 지자체의 무상 부지 제공 등 각종 혜택을 받아 제주와 오창 등에 분원을 설립중이다. 대구는 이미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소와 기초과학연구원 분원, ETRI 분원 설립이 결정돼 연구개발특구의 지정 요건을 모두 갖췄다.
최대 특혜를 제공하는 지자체가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과는 상관없이 출연연 분원을 모조리 유치하는 형국이 됐다.
◇과기계 “중장기계획 없다”=과학기술계와 출연연은 대체로 분원 설립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출연연의 분원 추진이 지역 분권 및 균형 개발이라는 중·장기 계획 아래 합목적성과 적합성, 유효성을 충실히 따져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나 과학기술부는 출연연의 분원 설립에 대해 어떠한 마스터 플랜도 내놓은 바 없다.
이러다 보니 출연연 단독으로 추진하다 정부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하기도 하고, 정치권과 지자체의 이익에 따른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출연연 관계자는 “출연연의 조직을 흔드는 일인 데도 지자체가 요구하면 현행 시스템으로는 졸속 으로 결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의 한 정책 전문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나 과학기술부는 출연연의 분원 설립에 대해 아직까지 어떠한 마스터 플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러다 보니 출연연 단독으로 추진하다 정부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하기도 하고, 정치권과 지자체의 이익에 따른 결정이 내려지는 등 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연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나 정치권의 요구가 올 경우 검토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졸속 결정의 우려가 크다”며 “더욱이 출연연의 조직을 흔드는 일이기에 원칙을 정해놓고 국가 과기발전을 위한 로드맵과 연계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분원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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