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식별부호 논란으로 지상파폰 출시 지연 탓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위성DMB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통합 휴대폰을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 일정조차 불투명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는 지상파DMB사업은 물론이고 이들과 이해를 달리하고 있는 위성사업자의 처지 등이 반영된 것으로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DMB시장 조기 활성화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5일 “지상파DMB와 위성DMB를 동시에 지원하는 베이스밴드칩 개발을 현재로선 멈춘 상태”라며 “지상파DMB폰의 시장 출시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통합폰을 위한 통합칩 개발을 계속 진행시키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도 “실험실 수준에서 통합칩 기술은 개발해 놓은 상태지만 양산화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내에 지상파·DMB 통합폰 개발 및 출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내년 상반기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성 및 지상파DMB 베이스밴드칩을 모두 개발·양산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어서 통합칩, 통합폰 개발은 사실상 두 회사만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두 방식의 베이스밴드칩을 모두 개발했기 때문에 통합칩 개발은 어렵지않으며 본격 개발에 착수한 후 6개월 정도면 통합폰 출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통합칩을 위한 기술 개발은 끝마친 상태지만 이를 실용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멈춘 셈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통합칩 및 통합폰 출시 시기에 대해 늦어도 2005년 가을께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상파DMB서비스가 늦어지는 데다 국내 유일의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가 통합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티유미디어와의 관계도 일정 부분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유미디어로선 통합폰 출시가 경쟁매체인 지상파서비스 확대에 호재로 작용하리란 점이 부담스럽다. 소비자들이 무료인 지상파DMB서비스만 이용하고 유료인 위성DMB 가입을 꺼릴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폰 가격이 위성DMB폰이나 지상파DMB폰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DMB폰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의 선택권이란 측면에서 통합폰 출시는 시장 기폭제”라며 “정부의 DMB 시장 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이 아쉬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