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정보화 수준, 그러나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성장 정체의 징후들’
한국전산원이 23일 발표한 ‘2005 국가정보화 백서’에 나타난 우리나라 정보화 지표의 두 얼굴이다. 지난 98년 세계 22위 수준이던 우리나라 정보화 지수는 세계 50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스웨덴·미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지난 2003년 12위권에 올라선지 불과 2년만에 넘버3의 지위로 격상된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지표상의 성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속을 뜯어보면 그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해왔던 우리나라 정보기술(IT) 환경의 경쟁력이 마침내 정체의 위기를 맞았음을 보여준다. 핵심 9개 분야별 평가지표 가운데 인터넷 이용자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 케이블TV 가입자수 등 3개 지표에서만 독보적인 평가를 받은데다, 이 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성장세가 주춤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도전을 물리치고 IT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화지수 내용 뭔가=우리나라 국가정보화 지수는 지난 99년까지 세계 22위권에 머물다 불과 6년만에 19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 덕택이다. 실제 핵심 지표면에서도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기준 1위, 인터넷 이용자 기준 3위, CATV 가입자수 기준 3위를 각각 기록하면서 성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CATV 가입자수는 지난해 대비 증가율이 전체 50개국 평균치인 8%보다 배이상 많은 15%에 달해 비약적인 확산세를 보였다.
PC보급대수(9위)와 전화회선수(15위), 이동전화가입자수(24위), TV보급대수(25위) 면에서는 중상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핵심 지표를 분석해 보면 최근 3년간 성장 정체의 징후가 뚜렷하게 엿보인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 증가율에서는 지난 2002년 33%를 기록한 뒤 2003년 7%, 지난해는 6.6%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인터넷 이용자수도 지난 2003년 11%대에 올랐다가 작년에는 다시 2년전 수준인 성장률 8%로 주저앉았다.
IT코리아의 성장가도를 견인했던 초고속인터넷 지표가 이처럼 정체를 맞은데는 무엇보다 국내 인터넷 환경이 이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통·통신, 차세대 유·무선 융합서비스 등 새로운 IT 서비스로 재도약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사실상 ‘무늬만 IT강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무선인터넷 가입자수의 경우 지난 2002년 22%의 증가율을 보였다가 2003년 8%로 추락한뒤 지난해에는 11%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동전화 데이터 서비스 시장이 여전히 왜소한 가운데 이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신형 단말기의 교체 보급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2년간 해킹 등 각종 인터넷 사고의 여파로 인터넷 뱅킹 등록고객수 증가율이 6.2%에 그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02년 57%, 2003년 29%로 각각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인터넷 뱅킹 고객수는 급증하는 사이버 침해사고 탓에 한자리수대 증가율로 추락했다. 다만 정보화 수준 핵심지표 가운데 해킹 발생건수는 오히려 줄어든 점이 주목할만하다.
해킹 발생건수 증가율은 지난 2002년 무려 185%에 달했으나, 2003년 72%로 꺽였고 지난해에는 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바이러스 피해건수는 지난해 40%나 늘어나 최근 들어서는 악의적인 해킹보다 바이러스·웜 등 신종 요소들이 사이버상의 주된 위협 요인으로 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IT 주도권 향배 ‘주목’=미래 IT사회를 겨냥한 각국의 도전도 거세다.
이번 정보화지수 평가에서 유럽의 스웨덴은 PC 보급대수(3위), 인터넷 이용자수(2위), 전화회선 보급수(1위), TV보급수(1위) 등에서 고르게 최상위 평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이 EU 등 역내 경제권역으로 통합, 발전해가는 추세에서 덴마크(4위)·스위스(5위)·노르웨이(8위)·영국(9위)·네델란드(10위) 등도 줄줄이 상위권에 포진해 세계 IT 시장에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지난해 15위에 그쳤던 대만이 7위로 뛰어오른 것을 비롯, 홍콩도 5계단 상승해 6위에 올랐고, 그동안 뒤처졌던 일본도 전년 16위에서 13위로 올라섰다.
김창곤 한국전산원장은 “국가정보화 지수는 곧 그 나라의 IT 산업 경쟁력으로 평가돼 국내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에도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특히 미래에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대비한 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범국가 차원의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가정보화 핵심 지표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