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물도 없는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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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기업 경영 전략이나 미래 시장 전략으로 ‘블루오션’이란 용어가 시류를 타고 있다. 남들이 하는 것에 뛰어들어 힘겨운 싸움을 한다거나 남들과 경쟁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구태의연하게 더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라는 주문이다.

 저자는 블루오션을 만드는 방법을 여러 가지 예시하고 있지만 언뜻 듣기에는 블루오션 하면 남이 안 하는 신기술, 신산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블루오션은 누가 와주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시장이 아니란 얘기다.

 블루오션을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나 국가가 후발 기업과 국가에 던지는 은근한 경고다. 괜히 힘들여서 고생하지 말고 남이 하지 않는 블루오션을 찾아 가라는, 회유를 빙자한 압박일 수도 있다. 사실 남이 보지 못하는 블루오션을 찾는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갈고 닦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로 보더라도 중국이 선진국이 기피해 오던 제조업을 시작하니까 제조업 주변은 세계적으로 레드오션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엄청난 블루오션이 만들어진 것이고, 그 와중에 선진국과 후발 주자의 중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전통 산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로 우선하는 중국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더욱 특화해야 할 것인데, 일본의 경우가 우리에게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경제의 수출 증가에 수십년간 꼬리표처럼 붙어온 공작기계, 핵심 부품 등 원천기술 대일 무역역조 증가는 아직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으로서는 탄탄한 블루 옹달샘을 확보하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중국이야 블루오션이라서 크기는 하지만 짠물이라 마시기 어려운데, 일본은 건강에 좋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약수를 확보하고 있는 격이다. 우리도 일본이 성장하는 시기에 열심히 따라잡아서 제조업을 키웠고 이제 중국에 넘기는 처지인데 이런 옹달샘이 확보돼 있는지 궁금하다. 없다면 깊이 반성하고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옹달샘을 확보한 일본도 결국 추가적인 바다를 찾지 못해서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는데, 옹달샘도 확보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세월을 잃어버릴 수 있고 아예 목이 말라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IT 산업도 어떻게 보면 일본이 놓친 블루오션을 그동안 우리가 잠깐 즐겨 오다 이제는 일본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퀄컴의 옹달샘이 되어준 셈인데 중국에 넘기면서 한 바가지 물이라도 챙길 원천기술이 아쉬운 마당이다.

 특히 IT 산업의 고도화가 매우 절실한데 여전히 대기업 위주의 단말기 제조에만 치중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그 돌파구로 생각하면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장벽이 우리 앞에 겹겹으로 놓여 있다. 이 분야는 선도 다국적 기업의 초대형 블루오션이라서 물줄기를 대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후발국의 추월을 경험한 그들이 진입 장벽을 겹겹이 쌓고 물을 흐리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블루오션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남의 블루오션을 차지하는 것을 저자는 미련스럽다고 주의를 주고 있지만 산업의 지도가 거의 다 그려져 있는 상황에서 강줄기나 바다를 그려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떻게든 들어가 흙탕물이라도 일으켜서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우리의 옹달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사업자는 물론이고 이용자, 정책 당국자가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우선 바가지 물이라도 퍼주어야 한다. 지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옹달샘은커녕 완전히 말라버린 드라이오션이다. 우선 숨이라도 쉬어야 몸부림을 쳐서 흙탕물이라도 일으킬 것이 아닌가. 우리 중소기업들이 힘들게 만든 제품을 좀 만족스럽지 못해도 격려하고 사용해 주고 키워 주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때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jhko@softw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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