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PCI익스프레스 그래픽카드의 세계

그래픽카드 기술이 CPU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얼마전에 구매한 PC가 금방 구식이 되는 일이 흔히 벌어지고 있다. 특히 그래픽카드 분야는 최근들어 인터페이스의 변화, 병렬기술, 발열과 소음 등의 다양한 화두가 잇따라 등장해 유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래픽카드 분야의 화두들을 분석해봤다.

만일 지난 해까지 자신의 컴퓨터를 완벽하게 업그레이드해서 불만 없이 쓰고 있는 독자라면 제일 먼저 당황해할 부품이 그래픽카드일 것이다. 메인보드 제조사와 그래픽 칩세트 제조사의 공헌으로 인해 겨우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은 PCI익스프레스가 이제 본격적으로 보급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주력 GPU 역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들은 크게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9000번대의 레디언 시리즈에 익숙했던 AGP 인터페이스 유저들에게 ‘X300’, ‘X600’, ‘X700’ 등과 같은 ATI의 새로운 그래픽 가속칩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 PCI익스프레스 대중 제품군으로 확산

인터페이스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PCI에서 AGP로 바뀔 때와 마찬가지로 이제 인터페이스가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병렬 전송 방식이 직렬 전송 방식으로 바뀌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어쨌든 PCI익스프레스 방식의 그래픽카드가 처음 선보였을 때는 사실 고가의 고성능 제품군만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시장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AGP 그래픽카드가 전체 판매량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미니PC 혹은 사무용 PC 등에서의 대세는 여전히 AGP 그래픽카드다. 다만, 마이크로ATX 규격의 메인보드도 점차 PCI익스프레스를 채용한 ‘i915’ 기반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PCI익스프레스 그래픽카드 역시 10만원 미만의 저가 보급형 그래픽카드는 물론, 슬림PC를 위한 LP 규격의 그래픽카드까지 선보이고 있다.

# 새 병렬기술 ‘크로스파이어’ 기대

부두2를 두 개 나란히 꽂아 성능 향상을 꾀했던 것이 SLI다. 그러므로 3Dfx를 인수한 엔비디아가 지포스 그래픽카드 두 개를 나란히 꽂아 성능 향상을 꾀한 것이 이상할 까닭은 없다.

부두2 때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면 부두2가 패스스루 케이블을 거치면서 화질 저하 문제를 야기한 것과 달리, 화질 열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 정도. 물론, 메인보드에 여러 개 갖춰져 있던 PCI 인터페이스를 쓰던 부두2에 비해 16X PCI익스프레스 슬롯 두 개가 있는 SLI 전용 메인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약사항이기는 하다. 적어도 이를 통해 확실한 성능 향상의 이득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성능을 내는 단일 코어 그래픽카드 구성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ATI도 병렬 구성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크로스파이어’. 엔비디아의 SLI가 대칭형 병렬 연결이라면, ‘크로스파이어’의 병렬 구성은 마스터와 슬레이브의 구성을 통해 마스터가 데이터 처리를 능동적으로 배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크로스파이어는 비대칭 병렬 처리인 셈이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ATI의 ‘크로스파이어’는 SLI와 달리 병렬 구성을 지원하기만 한다면 서로 다른 그래픽코어를 나란히 연결해도 된다. 마스터가 되는 그래픽코어는 슬레이브의 능력에 맞춰 처리할 작업을 적절히 배분하며, 이것은 무조건 균일하게 처리할 명령을 내려 효율성을 저하시키던 기존의 대칭형 병렬 처리 방식이 갖는 단점을 보완한다. 물론, 이런 차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시장에 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 시점에서 이 둘의 차이라면 지금 당장 팔리고 있느냐와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 설명으로 본다면 ‘크로스파이어’가 확실히 진보한 기술이지만, 이것은 아직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반면, SLI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된다. 즉, 그래픽카드의 병렬 구성을 통해 성능 향상을 맛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SLI 뿐이라는 얘기다. ‘크로스파이어’는 제품이 시장에 선보일 때까지 일단 고려하지 않아도 좋다.

# 고성능화로 발열·소음 문제 대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 386 CPU를 쓰던 시절에는 방열판이 무언지도 몰랐다. ‘486DX4-100’이 나오면서 방열판이 없어 CPU가 녹았다는 둥, 방열판이 없으면 동작이 안된다는 둥 하는 얘기를 두고 높은 발열량을 탓했다. ‘K6’가 나오면서 펠티어 소자를 이용한 아이스쿨러가 이슈로 떠올랐으며, ‘펜티엄4’에서 도입된 케이스 측면 쿨러 혹은 에어덕트가 조롱거리로 등장했다. 지금도 ‘프리스캇’ 코어의 38C가이드라인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가 ‘리바128’로 그래픽코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한 이후 ‘리바TNT’ 시리즈로 3D 위주의 시장을 평정했고, 지포스에 와서는 아예 GPU라는 거창한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이 CPU에 버금갈만한 처리능력을 가진 그래픽코어로 인해 그래픽카드는 엄청난 전력을 요구했으며, 인터페이스를 통해 공급되는 전력만으로는 모자라 파워서플라이에서 직접 전원을 공급받는 모델마저 등장했다. 이런 그래픽코어에서 높은 열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제는 그냥 달려 있던 작은 쿨러만 갖고는 해결이 안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높은 소음 유발로 이어졌다.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CPU와 달리, 그래픽카드는 좁은 슬롯의 한정된 공간만 갖고 방열 솔루션을 갖춰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소음 문제에서는 CPU를 능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넓적하고 거대한 방열판으로 그래픽카드 전체를 덮거나, 빈 슬롯 하나를 더 희생하면서 덕트 구조에 저속 대형 쿨러를 도입하기도 하고 있다.

그나마 이런 변화가 예전에 비해 큰 부담이 아닌 까닭은 최근의 메인보드 추세가 대부분의 기능을 보드상에 갖추고 있는 것이어서, 네트워크나 사운드 등을 위한 추가 확장 카드를 달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슬롯의 여유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다나와 정보팀 이관헌 차장 grape@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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