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중전차대대’는 온라인게임 ‘블리츠’에서 활동하는 신생길드다. 지난 7월 1일에 결성됐으니 두달이 채 안됐다. 하지만 클랜 전신이라 할 수 있는 ‘7기병전차대’에서 수개월 동안 활동해 온 유저들이 독립 결성했기에 클랜 활동 경력은 남들 못지 않다.
“전에 활동했던 클랜은 인원만 많을 뿐 클랜원 간의 단합이나 친목을 도모하기 어려웠다”는 현재 505중전차대대 클랜장의 말처럼 인간적인 모임을 찾던 게이머들이 기존 클랜의 형식적 활동에 염증을 느끼고 탈퇴와 함께 새롭게 결성한 모임이다.
현재 인원은 32명. 클랜원 간 단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다보니 서로의 얼굴을 파악하는 것도 기본. 200명이 넘던 이전 클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결성 초기 10여명 남짓으로 출발했으나 형동생으로 호칭하며 서로 위해주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소문으로 퍼지자 가입을 원하는 게이머가 꾸준히 문을 두드렸고, 어느새 30명을 넘었다.
505중전차대대의 특징은 같은 클랜원은 물론 타 클랜원을 만나도 먼저 따스한 인사부터 나누고 게임과 채팅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전쟁, 또는 전투로 표현되는 대전에 앞서 늘 매너와 예의를 갖춘다. 클랜 결성과 동시에 만든 클랜 회칙에는 이점을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게임 실력을 높여보려는 레벨업 욕심보다는 게임을 즐겁게 매너있게 즐기자’ 것이 클랜 결성과 방향에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즐블하세요(즐겁게 블리츠 하세요)’는 505중전차대대원들이 입과 손에 달고 다니는 인삿말이다. 물론 신입 클랜원을 뽑을 때도 며칠 동안 게임 매너를 지켜본 후 가입을 결정한다.
그렇다고 게임 실력이 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달 총 64개 팀이 참가한 ‘제1회 클랜대항전’에서 당당히 8강에 들었다. 개개인의 게임 실력은 뒤쳐질지 몰라도 팀워크 만큼은 탁월했기에 올릴 수 있었던 성적이다. 이 대회를 통해 505중전차대대원들은 클랜의 단합된 힘과 팀워크의 파워를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도 각자 흩어져 게임을 하다가 누구라도 호출하거나 집합을 호소하면 바로 모인다.
평균 연령은 37세로 꽤 많은 편이다. 불혹의 나이 40을 넘은 클랜원도 더러 있다. 게임에 몰입하기에는, 또는 ‘블리츠’ 같은 온라인 전차게임을 하기에는 많은 나이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클랜에서 40세가 넘는 클랜원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20대의 젊은 후배 클랜원의 사회생활에 대한 조언과 각종 인생상담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해소하는 클랜 고문단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505중전차대대는 정기모임 등 오프라인 모임을 대폭 늘려갈 계획이다. 클랜원 대부분이 게임보다는 인간적인 만남을 더 선호한다. 현재 게임 레벨 지상주의가 판치는 온라인 대전게임의 세계에서 505중전차대대는 레벨보다는 매너지상주의를 전파하고 있는 몇 안되는 신사 클랜이다.박재우(클랜장, 35) 언젠가 게임도 끝날 때가 오겠지만 그 때까지 최대한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또 서로 다른 게임을 하더라도, 나중에 늙어서도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함께 활동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덕연(40) 온라인 게임은 ‘블리츠’가 처음이고, 게임 동호회 활동도 505클랜이 처음이다. 형, 동생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부터 나누는 모습은 여기 아니면 보기 어렵다.
장영태(34) ‘블리츠’ 게임 속 전장에서 만나 서로 대전하며 즐겁게 활동하다 만난 인연들이다. 이전 클랜에서 더욱 마음이 통하는 클랜원끼리 다시 뭉친 클랜이 505이기에 더욱 끈끈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원동학(34) 시간이 지나도 이 관계가 지속됐으면 한다. 특히 오프라인 정기 모임을 더 자주 갖고, 부부동반 모임도 열어 가정의 화목에도 도움이 되는 클랜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자.
변정우(31) 클랜가입 후 3일만에 부산 모임 참석차 내려갔는데 부산에 거주하는 형님이 해변에 횟집 잡아놓고 우리를 극진히 맞이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원래 예의를 중시하는 클랜인데 직접 경험하니 감동이었다.
이혁수(29) 딱 지금만큼만 하면 좋겠다. 파티플레이에서조차 양보해가며 서로를 위하는 모습에 클랜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진하게 느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현재 모습처럼 지내면 만족한다.
서종훈(25) 클랜이 30대 중심이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클랜이 좀더 역동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젊은피를 수혈해야 한다. 앞으로 20대 클랜원을 뽑는데 선배들이 좀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김주남(13) 아빠따라 모임에 나오고 있다. 아저씨들이 과자도 사주고, 용돈도 좀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빠하고 더 자주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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