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시장이 온통 표절 논란으로 얼룩져 있다. 표절이 문제화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만 대면 금방 알 만한 인기 게임 중 상당수가 표절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1000만명 이상의 유저를 갖고 있는 국민게임까지 표절시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은 일본을 베끼고, 중국은 한국을 베낀다며, 최근엔 표절 시비가 국경까지 초월한 상태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게임 표절 논란의 핵심 키워드는 ‘모방’이다. 특정 기업이 자사의 게임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쪽의 근거는 모방 차원을 넘어 아예 ‘베낀 게임’이라는 것이다. 반면 정작 표절설에 휘말린 기업들은 그 게임에서 ‘모티브’만 얻었을 뿐 ‘다른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한술 더 떠 ‘따지고 보면 영원한 창작은 없다’는 말까지 들먹거리며, ‘무혐의’를 애써 항변한다.
“표절이다” “아니다”란 논란을 떠나 기존의 히트 창작물에서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 것은 다분히 생산적인 활동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처럼 모방을 계속하다면 보면 자연스럽게 창의력이 발동한다는 논리다. 사실 좋은 기업, 좋은 제품에서 뭔가를 배우는 벤치마킹은 선진 경영기법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그 의도가 건전할 때의 얘기다.
혹시라도 기존 작품의 인기나 브랜드에 편승, 쉽게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꼼수’에서 비롯된다면, 어떤 논리도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게임 표절 시비가 모방을 빙자한 사실상 표절이란 비난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발 기업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경험이 일천한 기업이 선발 기업의 검증된 작품을 모방하는 것은 성장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선발 기업은 다르다. 기업의 본질인 이윤추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과 이미지도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 만연된 ‘표절 불감증’이다. 베끼는 쪽이나 당하는 쪽 모두 덤덤한 반응이다. “누구도 표절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을 것”이란 소리가 그래서 더 크게 들린다. 남의 창작물을 허락없이 도용하는 표절은 분명한 죄다. 그러나, 원칙없는 모방과 베끼기 역시 3대 게임강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중죄’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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