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부산에서는 1876년 개항 이래 최대 국제행사가 열린다. 바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다.
지난 1989년 11월, 우리나라가 참가한 가운데 호주 캔버라에서 제1차 APEC 각료회의가 있었고 4년 후인 93년 미국 시애틀의 블레이크 섬에서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이후 인도네시아·일본·캐나다·뉴질랜드·중국·멕시코·태국 등지를 돌아가며 정상회의가 열려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가 창설 회원국으로 참가했으니 어찌보면 “정상회의 개최가 늦은 셈”이라는 말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APEC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고 정상회의를 제외한 각종 APEC 회의를 적극적으로 개최했다. 지난 91년 제3차 APEC 각료회의, 95년 제1차 APEC 정보통신장관회의, 96년 제2차 APEC 과학·기술장관회의를 거쳐 2002년에는 제1차 APEC 해양장관회의가 열린 바 있다.
APEC은 말 그대로 아시아·태평양 주변국가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 회원국 구성이 다양하다. 1인당 GNP만 해도 3만달러에 달하는 선진국에서 그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경제발전 단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경제구조나 문화·역사 역시 다른 어떤 협력체보다 복잡하다. 이런 이유로 APEC 회원국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협력을 추구하며 합의에 의거한 의사결정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한다.
APEC은 특히 중·단기적으로는 무역활성화 조치를 취하면서 인력자원, 기술, 관광, 통신 등 분야별로 실질협력 증진을 통해 동아시아와 미주를 연결하는 경제공동체를 추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역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경제통합의 의미가 아니라 동양적 의미의 ‘대가족(big family)’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아시아와 태평양에 인접한 20여개국에 떨어져 있는 ‘친척’을 모아놓은 대규모 ‘가족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셈이다. 부디 이번 ‘가족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침체에 빠진 한국제2의 도시 부산지역의 경제도 되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산=경제과학부·허의원차장@전자신문, ew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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