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2기 KT가 마련한 ‘위대한(great) KT 전략’의 요체는 외형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자는 것이다. 지난주 남중수 사장 내정자가 주관해 열린 ‘집행임원 전략회의’에 참석한 50여명의 임원은 “고객을 중심으로 뿌리부터 혁신하자”는 게 핵심 메시지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조직과 사업,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혁신을 일으키는 동인(動因)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KT 내부에서는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매출 줄어도 메스 가한다”=남중수 사장 내정자는 현재의 KT 사업 및 조직구조가 한마디로 공급자인 KT 중심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다. 고객의 서비스 욕구 변화를 간파하지 않은 채 외형을 키우고 조직과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는 민영1기 시절 매출과 이익을 수치화한 무리한 경영계약이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는 데도 불구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파생상품까지 합치면 600여개인 서비스를 줄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유지해온 것도 같은 맥락. 대표적 예로 단말기 매출을 실적에 포함시킨 PCS 재판매와 ‘원츠’ 등 금융사업을 꼽고 있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해 11조9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매출이 내년에 더 줄어들 수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하다면 단기적 매출 저하도 과감하게 감수하겠다는 게 신임사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본사 스태프와 지역본부도 재편”=또 한 축으로는 본사와 지역본부의 조직 개편. 16개로 나뉜 본사 실·본부 체계를 중복 업무를 통합하고 책임 경영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대(大) 부문제로 단순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본사 조직의 경우, 공기업 시절 견제와 균형을 위해 중복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원화된 조직체계를 운영해왔다.
대표적 예가 경영전략실(옛 비전경영실)과 기획조정실, 신사업기획본부. ‘미래비전 2010 전략’ ‘중장기 콘텐츠 사업 전략’ 수립에서의 이견 등이 지적돼 왔다. 또 팀·단·실 또는 본부로 조직구조가 복층화되면서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책임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개편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11개 지역본부, 영업·서비스·네트워크로 3분화돼 100여개에 이르는 현장조직을 재편하는 것도 논의선상에 올랐다. 지역본부 및 지사장의 독단을 막으면서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상호 시너지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부 통합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제와 전망=그러나 민영2기가 이 같은 경영기조와 추진방향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면 상당한 난관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주위의 관측이다. 외형을 줄이면서까지 혁신을 하는 데에는 주주들의 동의와 내부를 규합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역본부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조직개편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11월로 예정된 노조위원장 선거는 큰 변수 중 하나다.
KT 한 임원은 “결국 새 사장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힘과 역할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최종적인 안은 사장 취임 이후 확정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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