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위 휴대폰 도청 놓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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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든 불법 감청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국민앞에 사과하라.”

 “정통부 장관으로서 불법감청에 대해 사과해야할 지는 의문이다.”

 17일 국회 과기정위 정통부 현안보고 회의에서 정통부의 책임론, 휴대폰의 도청가능성, 장관의 위증여부를 놓고 8시간여의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야당위원들과 일부 여당위원들은 특히 장관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으나 장관이 이를 끝내 거부해 갈등이 고조됐다. 이날 회의에선 또 합법을 가장한 불법 감청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고 국내 이동전화 교환기에 감청 기능 도입 등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거짓말 공방’ ‘사과공방’ 치열=서상기 의원(한나라)은 96년 정통부가 비화폰 개발을 추진한 근거 공문을 공개하고 “도청 가능성을 전제한 행동”이라며 도청불가론이 위증이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희정, 심재엽, 서상기 의원도 잇단 질의를 통해 “책임자로서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근찬 의원과 일부 여당 의원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사과를 요구했으나 진 장관은 “국정원에 의해 이뤄진 범죄에 대해 도감청 관련 기관이 아닌 정통부 장관 입장에서 사과해야 할 지는 의문이다. (국정원의) 불법 감청이 이뤄진데 대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표명한다”며 버텼다. “도청여부에 대해 정통부는 입장을 바꾼 바 없다. 1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했다는 휴대폰 불법 감청에 대해 3000만여명의 전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질의를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한나라당 위원들은 불법감청 관련 국정조사와 장관에 대한 위증고발까지 언급해 갈등이 증폭됐다.

 이날 회의에선 또 진영 의원(한나라)은 영장을 발부받고 합법적으로 감청하면서 이동전화 등 다른 전화를 감청하는 ‘합법을 가장한 불법도청’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 법원 허가서 1건에 포함되는 전화번호의 수가 4년새 7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진 의원은 “감청대상 장비에 실제 감청한 전화번호 기록을 남기는 등의 기술보완을 한 뒤 합법적 감청을 시행해야 국민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제도 바뀌나=진 장관은 전날 기자단 브리핑에 이어 이날도 유선구간에서의 합법적인 이동전화 감청을 위한 제도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우리나라 교환기 장비엔 감청기능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합법적으로 유선구간에서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적인 감청 가능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기존설비에 감청기능을 넣는 비용은 국가가 보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법무부의 시행령 도입이 좌절됐지만 좀더 (상위의) 법적인 지위를 갖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김석준 의원(한나라)은 “통신비밀보호를 중시해야할 정통부 장관으로서 할수 없는 발언”이라며 “통신사업자의 통신내역 보관기간을 12개월로 늘리는데 합의한 것은 문제”라고 질타했다.

 변재일 의원은 정통부가 제안한 프라이비트 롱 코드(디지털음성암호화부호)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모든 이용자가 부담해서는 안된다며 보안성을 강화한 이통서비스를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정통부 국정원 관련 예산 문제제기=서혜석 의원(열린우리)은 정통부 제출자료와 자체조사 결과를 인용해 2000∼2005년 사이 정통부의 국정원 관련 예산이 466억원에 달하며 올 한해에만 100억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특수활동비 31억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위탁과제 67억원 등이 바로 그것”이라며 “심의와 결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국회의 예산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문제”라며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해서라도 일부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사진: 불법 도·감청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국회 과기정위에 출석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업무현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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