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감청, 법과 제도로 막아야

 정보통신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이동전화 안전성 제고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도청과 불법 감청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정통부가 마련한 안전성 대책을 보면 현행 CDMA 시스템이 사용하는 암호방식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새 암호부호는 복제가 불가능한 암호키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르면 2006년 말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복제단말기에 의한 제한적인 엿듣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착신단말기가 정상 단말기인지를 확인하는 인증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불법 복제된 단말기를 탐지하는 시스템의 기능을 보강하고 적발된 불법복제 단말기 사용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며 불법복제 단말기를 유통시키는 관련자를 고발할 경우 포상금 지급방안도 검토한다. 이 밖에 시중의 도청장비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경찰청에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유관기관과 협의해 추진하고 휴대형 도청탐지 방비를 싼값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추진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기술적 대책만으로 감청이 우리 사회에서 근절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암호방식을 개선하고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불법 단말기 사용자를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단속만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청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다고 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방법만으로 이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은 구기술이 되는 게 정보화시대의 특징이다. 불법 감청을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 반드시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이 뒤따라 나타나기 마련이다. 보안전문가들도 42비트의 ESN부호를 비트수를 늘려 난도를 높인다고 해서 도청과 감청이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첨단기술이라도 창과 방패처럼 기술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떤 기술이라도 시일이 지나면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 나타나 기존 기술을 무력화한다.

 물론 국가의 안위와 안보 또는 사회질서를 지키기 위해 범죄 행위나 마약 등을 막기 위한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기관의 감청은 불가피하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든지 자국 이익이나 안보를 목적으로 합법적인 감청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통신비밀보호법을 제정해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 이익이나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합법적인 감청이라도 그 대상 범위와 절차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그 대상도 최소화해야 하고 절차도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다만 불법 사설업체 등에서 저지르는 개인에 대한 도청이나 감청 등의 행위는 엄중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통부의 발표는 그동안 고수해 왔던 ‘이동전화 도청이나 감청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수정한 것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200여 휴대전화 기지국 이동교환기의 전체적인 소프트웨어를 바꾸고 시스템을 교체할 경우 휴대폰에서도 감청이 가능하다”며 “기지국 장비 개발업체는 감청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등과 같은 차세대폰도 감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통신망의 감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국가기관의 불법감청 사건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본다. 정부는 앞으로 더는 도청과 감청과 관련해 국민의 불신을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불법감청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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