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 컴퓨팅, 게임의 법칙을 바꾼다](3)데이터센터 "더 유연해져라"

 하드웨어란 말 그대로 단단하고 딱딱한 물품이다. 그러나 하드웨어는 가상화 기술을 만나면서 물처럼 유연한 성질로 거듭난다. 수도꼭지를 틀면 원하는 만큼 나오는 물과 스위치만 누르면 에어컨 바람이 팡팡 나오게 하는 전기를 떠올리면 된다. 시스템 유연성이 확보되면 일거삼득의 법칙이 적용된다. 시스템 가용성·자원 활용도·관리의 편리성이 높아진다. 이제 가상화 기술은 단순히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 자체를 유연하게 하는데만 만족하지 않는다. 서버와 서버 사이, 스토리지와 스토리지 사이의 가상화를 넘어서서 전체 인프라 즉, 전산실(데이터센터) 가상화 수준까지 논의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산실의 시스템 활용률은 10∼15%로 저조하다. 서버, 스토리지가 물리적으로 분산된 데다 이기종 시스템 간 통합 관리도 잘 안되기 때문이다. 시스템 가상화를 넘어서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을 포함한 전체 인프라의 가상화가 이뤄진다면 시스템 활용률은 80∼90% 수준까지 올릴 수 있다.

 고인상 한국HP 차장은 “비즈니스 변화 속도에 맞춰 IT 자원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기시설처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도록 데이터센터의 모든 자원이 공유되고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하지 못한 전산실은 갑작스런 더위에 예산을 계획하고 결재를 받아 에어컨 공급업체 선정에 나서는 것과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시공을 끝내 놓으면 선선한 가을 바람이 찾아온다. 예산낭비라는 평가까지 받는다면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이신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팀장은 “가상화란 IT를 유동적인 구조로 고도화시키는 것을 말한다”며 “신규 업무가 주어지거나 월말, 연말 등에 특정 애플리케이션의 부하가 높아질 때 구조화된 IT자원을 필요한 부분에 집중시켜 바로 대응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쟁력 차이는 명약관화하다”고 설명했다.

 고객 입장에서도 유연하지 못한 장비와 확장성이 낮은 시스템을 싸지도 않은 가격에 공급하는 업체를 더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산실의 가상화는 ‘온디맨드’ ‘적응형 기업’ ‘유틸리티 컴퓨팅’ ‘정보수명주기관리(ILM)’ 등 IT업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각종 캐치프레이즈와도 무관하지 않다.

 안병현 한국IBM 차장은 “가상화 기술과 그리드 컴퓨팅은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지만, 기술적으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리드 컴퓨팅이란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는 서버, 고성능 컴퓨터, 대용량 저장장치, 데이터베이스, 첨단 실험장비 등 가용한 모든 자원을 고속 네트워크에 연결, 상호 공유하는 서비스인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상화 기술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가상화 기술이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있다. 체질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성능과 용량만 내세우는 원시적인 시스템은 끝없는 가격 경쟁의 나락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가상화 기술을 수용하고 고객 비즈니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유연한 IT자원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도처에 널린 IT자원을 통합해 쓰는 그리드 컴퓨팅 기술까지 본궤도에 오르면 게임의 법칙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