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의 인터넷 주소 감독권 이양요구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는 ICANN(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 이 포르노 전용 도메인이라는 복병을 만나 설립 7년만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마이클 갤라허 미 상무부 차관보는 포르노 사이트 전용 도메인인 닷xxx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이 도메인에 관한 운영계약을 유보해줄 것을 ICANN에 요청했다. 이는 지난 6월 닷xxx도메인 운영계획을 승인하고 이번 주 운영사인 ICM 레지스트리에 허가를 내주려던 ICANN의 계획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갤라허 차관보는 “미 상무부는 인터넷 포르노의 만연으로 가정과 어린이들에게 충격을 줄 것을 우려하는 e메일과 서신을 약 6000통이나 받았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다른 기관들도 포르노 도메인 승인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C넷은 전했다.
닷xxx 등록 업무를 관장하려던 ICM측은 부시 행정부와 다른 기관들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 달 정도 최종 허가를 기다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난감한 입장에 처한 것은 ICANN도 마찬가지.
철회결정을 내린다면 ICANN이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부시 행정부의 제안을 일축한다면 인터넷 주소 감독권 이양을 요구하는 UN의 압박이 심각한 상황에서 ICANN 자체가 미국 행정부 관료들에게 까지 따돌림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 ICANN은 일단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태는 ICANN이 닷xxx 도메인 승인투표 이후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패밀리 리서치 카운실 등 미국의 보수단체들은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 포르노물로 넘쳐나게 될 것”이라며 닷xxx 도메인 운영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갤러허 차관보도 “일찍이 도메인 신설을 반대하는 여론이 이처럼 비등했던 적이 없었다”며 “ICANN 이사진들에 충분한 검토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마이애미 대학 법학과 마이클 프룸킨 교수는 “그들은 기술적인 관점만을 보기 때문에 자충수를 뒀다는 것이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성적인 의미를 가진 그 도메인에 대해 일반인들의 감정이 어떨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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