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테크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영실적을 올리면서 대주주들이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C넷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IT업계에서 대주주들이 회사경영에 불만을 품고 이사진 교체나 투자자금 환원 등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직접 상정하는 분쟁 케이스(주주제안권)가 작년 대비 80%나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IRRC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개월 동안 미국증시에 상장된 750여 회사가 주주와 이사진의 분쟁으로 주주제안권이 발동되는 홍역을 겪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주주제안권 발동 사례와 맞먹는 수준으로 투자자들이 점차 말이 아닌 행동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경영진과 대주주 사이의 긴장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의 행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이칸은 최근 세계 최대의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지분 2.6%를 사들이고 케이블TV사업부의 분사와 2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그는 이번주 타임워너의 딕 파슨스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만나 타임워너의 향후 진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아이칸은 또 많은 현금을 보유한 지벨시스템스 같은 IT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M&A투자에 나서든지 아니면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결국 지벨시스템스는 CEO를 교체하고 지난달 처음으로 주당 2.5센트, 총 1350만달러의 분기배당을 한다고 발표했지만 주주들은 압력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C넷은 지벨시스템스 외에도 볼랜드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 세미컨덕터, 셀렉티카 등 많은 IT기업이 주주들의 집중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과거 대주주와 경영진의 분쟁에서는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이 핵심 이슈였다.
하지만 요즘 주주들은 투자전략과 정보공개 같은 기업경영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또 미국 IT산업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업체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을 쌓아두는 경우가 늘어 주주 사이에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SW전문업체 셀렉티카는 1억달러의 현금보유가 과도하다며 이사진을 교체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을 받는 상황이다.
C넷은 IT버블의 붕괴와 엔론 사태를 계기로 경영진의 결정이 신성불가침이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주주들의 영향력이 기업경영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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