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4부)시스템반도체를 이끄는 사람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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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덕 에이로직스 사장

 “우리 회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손대는 모든 사업 아이템에서 최강이 되는 것입니다.”

김주덕 에이로직스사장(45)은 주변에서 수더분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일에서 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철저한 승부근성으로 임한다.

“에이로직스가 코스닥에 올라간 다음날 모든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그날 다음 꿈은 5년 내에 나스닥에 가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시작하는 모든 품목에서 세계 1등을 하자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실제로 에이로직스는 현 주력 아이템인 DVR용 칩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또 시장이 열리고 있는 와이브로 칩 시장에서도 최강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10년 뒤 에이로직스의 모습은 세계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이고, 재화는 그 과정에서 그냥 따라오는 부수적인 성과가 될 것입니다.”

김 사장의 일에 대한 승부근성과 철저함은 그가 골프에 임하는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반도체 설계업계 CEO들이 이구동성 ‘업계 최강’으로 인정하는 그의 골프 실력은 월급쟁이 시절, 앞으로 사업을 시작하면 꼭 필요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에 따라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김사장은 같은 골프장, 같은 홀에서 연속 홀인원을 기록해 골프인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꿈이 사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일을 찾아 매진하는 것이 체질에 맞았습니다. 삼성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반성문을 썼던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포부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전파사를 차리겠다’고 말했고, 당시 직속 선배로부터 삼성에서의 각오를 말하라는데 나갈 궁리부터 한다는 질책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삼성에 있으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 3년에 한번 씩 부서를 바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김 사장은 삼성에 15년간 근무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년에 한번 씩 부서를 바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삼성종합연구소 전자레인지 개발팀 △삼성첨단기술연구소 기술교육팀 △삼성물산 등에서 일했다. 특히 신참 대리시절 전자레인지 개발팀에서 설계 전산화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아 1억 달러 수출을 일궈내기도 했다. 엔지니어·사업부·교육·영업까지를 거친 김사장의 경험은 지금의 그가 존재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시스템반도체업계 입문은 핵심부품을 가진 일본 기업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경험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 일본이 핵심부품의 물량을 조절하고 우리는 거기에 맞춰 세트를 제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잦았고, 핵심부품이 없으면 회사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 사장이 DVR칩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당시 만해도 이 칩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듈로 구현해야 했던 기능을 칩화하면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꾸준히 시장을 리드해 왔다.

에이로직스는 요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현재 사업부는 멀티미디어사업부(DVR) 칩을 발전시켜 시스템 온 칩(SoC)화하는 업무), 무선통신사업부(3년 전 IMT2000 기지국 모뎀 칩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무선 기술 전반을 커버하는 업무), PCB 설계사업부 등으로 구분돼 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멀티미디어와 통신을 함께 연구하는 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로직스는 IMF가 막 시작될 무렵에 설립됐습니다. 초창기 어려웠던 기억들이 지금은 약이 되고 있습니다. 허황된 꿈을 좇기 보다는 한 발 한 발 능력이 되는 범위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철칙입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사업 방식은 그의 취미와도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차분하다는 주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낚시, 원예 등을 좋아한다. 골프 싱글도 그의 이런 차분한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을 전후해 벤처 붐이 일면서, 그림만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당시 제품 개발까지 마무리된 에이로직스에는 20배수·30배수로 투자하겠다는 제의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준비된 것이 없다고 제의를 거절했고, 어려움 속에서도 시장경제논리에 맞춰 살림을 꾸린 당시 경험이 지금의 탄탄한 에이로직스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간다’. 김사장이 삼성시절부터 훈련된 제 2의 천성이다. “가까이서 모시지는 못했지만, 일에 착수하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에이로직스 직원들은 무리한 사업 목표보다 현실에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수장의 모습 속에서 신뢰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키워가고 있다.

◆에이로직스는

 에이로직스(대표 김주덕 http://www.alogics.com)는 지난 97년 설립된 반도체 설계 회사로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칩, 통신용 칩 등을 제작한다. 이 회사는 지난 2000년 8월 DVR 제품인 ‘AQ-104’ 출시를 시작으로 보안기기용 영상신호처리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2001년 12월에는 움직임 검출기능을 내장시킨 ‘M 시리즈’ 제품을 내놓고 DVR용 영상신호처리 반도체사업의 기반을 닦게 된다. 이후 20여 종이 넘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관련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 EU(영국), 대만, 중국 및 일본에 대리점을 확보하고 우리나라를 포함 약 15개국 150여 보안기기 업체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수출 비중은 매년 전체 매출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DVR 시장규모 확대 및 최종 고객에게 보다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시스템온칩(SoC) 제품 및 무선 DVR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DVR에만 편중되어 있는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에 WCDMA용 기지국 모뎀을 납품한 이후, 지난 2002년 7월 자체 모뎀인 ‘AWBS-1100’을 출시하면서 사업 다각화의 기초를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와이브로용 중계기 모뎀을 출시, 통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종사업 중 하나인 초광대역(UWB) 모뎀과 무선 DVR용 모뎀개발도 막바지에 상태다. 내년에는 무선통신용 부품으로 제2의 도약 및 세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사진; DVR용 칩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고수 중인 에이로직스를 이끌고 있는 김주덕 사장은 “10년 뒤 에이로직스의 모습은 세계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이고, 재화는 그 과정에서 그냥 따라오는 부수적인 성과가 될 것입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상태기자@전자신문, stk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