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바둑도 양방향성이 만들어준 혜택아니냐.”
삼성전자 이기순 인터넷인프라마케팅팀장(상무·52)은 바둑 아마 4급이다. 시간에 쫓겨 한 달에 한번도 둘 기회가 없다는 그는 통신의 양방향성이 방송 영역으로 들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예전엔 가정에서 TV수신기 개념으로 방송을 받아보기만 했지만(브로드캐스팅) 이제는 상호 의견 소통까지(인터액티브) 하는게 통·방융합”이라고 말했다. 그간 통신이 쌓아온 기술의 진화가 방송에 새로운 영역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인 셈.
이 상무는 엔지니어의 특징인 소탈함을 가졌다. 그러나 마케팅을 보는 시각은 날카롭다.
“방송장비, 특히 방송시스템·송출 장비는 모두 외산 업체들이 장악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통·방융합 장비시장은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통신장비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쌓으며 세계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통신기술이 핵심 부가기술로 부상한 통·방융합 하드웨어시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HD급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셋톱박스를 개발하며 선두로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는 ‘TPS’에 있다. TPS는 전화·인터넷·방송 등 3개 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에서 제공한다. 그는 “TPS는 통·방융합 추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은 방송망에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로 확장하고 통신사업자는 초고속인터넷망에 VoIP와 IPTV를 추가해 TPS에 진입하려한다. 결국 TPS가 향후 가정내 모든 디지털 서비스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전자 네트웍사업부의 통·방융합 전략은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컨버전스형 단말기를 개발, 선도하는 것. 삼성은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퍼스널기기에서 세계적 파워를 갖춰으며 이제 이런 퍼스널기기들과 호환성을 갖춘 ‘허브’가 등장할 때다.
이 상무는 본래 98년 DSL모뎀과 케이블모뎀 개발단계부터 2000년 사업 본격화 시기에 이를 이끈 주인공이다. 자연스레 TPS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어찌보면 통신영역 하드웨어를 이끌고 방송 영역에 진입하는 수장인 셈. 그래서 통신기술이 방송에서 일궈낼 시나리오를 그린다.
이 상무는“골프경기 중계에는 수십대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우리는 PD가 선택한 하나를 본다”며 “나는 최경주를 보고 싶으니까 직접 카메라를 골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방융합시대 소비자이기도 한 그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한 일이며 이런 것이 통·방융합시대가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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