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반도체장비 실용화사업 `사실상 좌절`

산자부, 내년 예산서 제외…재원확보 실패

차세대 반도체 기술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돼 온 ‘나노공정 반도체제조장비 실용화사업’이 사실상 좌절됐다. 이 사업은 이례적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동부아남반도체 등 국내 주요 반도체업체와 장비·재료업계가 모두 참여해 기획된 것이어서 업계는 실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8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는 내년 예산 계획에서 나노반도체장비 실용화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사업을 기획한 과기혁신본부도 주관부처에서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이상, 추가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나노공정 반도체 제조장비 실용화 사업’은 결국 재원 확보 실패로 내년 추진이 불가능해졌으며, 산자부와 과기부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아 이후 추진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 사업은 지난 5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실무조정에서 ‘추가검토사업’으로 분류된 뒤, 사업추진과 관련된 산자부와 과기혁신본부의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산자부 관계자는 “산자부가 자체 기획한 과제와 관련된 예산도 삭감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어서 타 부서가 과제 발굴한 ‘나노공정 반도체 제조장비 실용화사업’에 대한 예산 신청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사업 자체의 필요성에는 누구보다 절감하지만 예산과 관련해서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과기혁신본부 정윤 연구개발조정관은 “주관부처인 산자부가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실용화 과제는 수시로 발굴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기 때문에 주관부처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진행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부 다른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과제 자체를 축소해 다른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대형 국가연구 실용화과제’에서 제외됐음을 시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생 예산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미래기술투자는 뒤로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해 모처럼 대·중소기업이 모두 참여해 기획안을 만들었지만 현재 분위기상 사장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나노공정 반도체제조장비 실용화사업은 3∼5년내 실용화가 가능한 전략적 나노장비를 선정해 개발함으로써 반도체 전공정장비 국산화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3년간 총 20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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