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그 어느 때보다 남북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을 기점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금강산을 시작으로 물꼬가 트인 북한 관광은 이제 백두산을 비롯해 개성과 평양 등 북한 시내관광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관광자원 개방을 통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남북 간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광사업은 남북교류를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커다란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한국관광공사는 내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3단계에 걸쳐 개성공단지구와 개성시내 시가지에 총 4500억원을 투입, 평화관광단지와 종합테마파크시설인 ‘고려민속촌’ 조성을 골자로 한 개성관광 청사진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관광자원 개발에 나섰다. 개성은 선죽교, 현화사 7층탑, 고려 첨성대, 왕건왕릉 등 고려와 조선시대의 국보급 문화유적만 10여개에 달하고 개성팔경으로 꼽히는 박연폭포와 송악산, 금강 등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교과서나 기록사진으로만 보고 배웠던 북한 내 역사문화유적을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분단의 장벽으로 인해 지척에 두고도 우리 민족의 공동유산인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을 접하지 못했던 현실에 비춰볼 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혜택을 우리 국민만 받는다는 사실이다. 북한 주민들이 설악산, 한라산, 경주 불국사 등 남한의 관광지를 여행하고 문화유적지를 답사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또 시범관광이 추진되는 백두산, 평양, 개성 이외의 북한 지역 관광지를 둘러보고 문화유산을 관람하기까지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보기술(IT)이 해답이다. 통일에 대비한 ‘e문화유산’ 구축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남북 이산가족이 금강산면회소에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남북 간 광케이블망을 연결하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헤어졌던 혈육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볼 수 있는 ‘영상상봉’을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문화관광부는 2000년도부터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의 일환으로 국가문화유산종합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7만여점의 문화재 및 문화유산을 디지털화하고, 국내 94개 박물관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안방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체 61만여건의 국가문화유산 정보를 동영상은 물론이고 가상현실 공간에서 3차원 입체 기반으로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전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인 것으로, 우리의 IT수준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남과 북의 문화유산이 DB로 구축되면 국보, 보물, 지정문화재 등 소중한 국가문화유산 지식 및 유물정보를 고고학이나 민속학 등 전문분야를 연구하는 남과 북의 학자들이나 일반 시민,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손쉽게 문화유산정보를 접할 수 있다.
민족 공동의 문화유산을 디지털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역사연구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특히 남과 북에 산재된 문화유산의 파손 및 손실 방지효과는 물론이고 영구보존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문화국가로서의 경쟁력 강화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광케이블 연결을 통해 실질적 남북 IT교류의 길이 열린 상황에서 ‘e문화유산’ 구축은 IT교류협력의 폭을 더욱 확대시키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남과 북의 학술교류 및 위원회 구성 추진 등 관련 정부 부처 간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IT인프라와 기술은 세계 최고다. 이를 활용하여 남과 북 모두 민족 공동의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겠다.
◆백원인 현대정보기술 사장 wonin@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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