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처럼 불어닥친 e스포츠 열풍

광안리 해변을 뜨겁게 달구다 못해 폭발 일보직전까지 몰고간 ‘스카이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가 SK텔레콤 T1에 우승컵을 안기며 끝을 맺었다. 지난해 7월 광안리 10만 관중의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는 국내 e스포츠의 인기와 열기가 그대로 드러난 한편의 드라마였다.

전국 각지에서 이번 결승전을 직접 보고자 몰려든 인파로 부산 광안리는 대규모 성지순례 장소를 방불케 했고, 새벽까지 그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았다. 이 대회를 계기로 부산은 e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고 스타크래트프 프로리그를 앞세운 e스포츠는 대한민국 청소년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우뚝 섰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앞세운 e스포츠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화 축제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카이프로리그 2005 전리리그 결승전 당일인 30일 정오를 넘기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e스포츠 팬들로 광안리 해변은 물샐틈없이 채워졌다. 월드컵의 열기와 촛불시위의 감동을 재현하기라도 할 듯 해변을 따라 거대한 띠를 두른 군중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한낮 30도를 웃도는 해변의 따가운 열기는 축제 무드를 전혀 거스르지 않았다. 당초 소나기가 올 확률이 30% 가량이라는 예보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부산 광안리 날씨는 여름 절정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최대 e스포츠 축전을 기분좋게 관람할 수 있을 정도로 맑고 따가웠다.식전 행사로 SKY 인디그라운드의 공연이 시작된 3시 경부터 1만여명의 공식 입장객이 무대 앞 객석을 가득 메웠다. 바람한 점 없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차지한 관객들은 이번 결승전의 주역인 SK텔레콤 T1과 KTF매직엔스 로고가 새겨진 막대 풍선을 맞부딪히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현장 행사 진행요원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맡기 위해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2∼3일전에 내려온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회 전날인 29일 새벽 이곳을 찾았다는 서울 봉천동의 김경수군(17, 고등학교 1년)은 “SK텔레콤과 KTF가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맞붙는 가장 재미있는 경기라 친구 2명과 계획을 세워 기차타고 미리 내려왔다. 여기서 밤을 세며 기다리다 표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후 7시. 경기 시작 직전 해가 기울자 더위는 한풀 꺾이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관객들의 더위를 식혀준 것도 잠시. DJ DOC의 축하공연 ‘여름이야기’의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본격적인 축제의 시작이 선포되면서 광안리 해변의 열기는 다시 고조됐다. 하늘에는 대형 애드벌룬과 수소비행선이 날고, 수백개의 깃발이 일제히 나부꼈다. 관중들의 함성은 끊없이 고조됐고 ‘바운스 미’ 노래가 터지자 해변은 금새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17일 10만 관중의 감동이 다시 한번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한 달 전부터 부산시내 버스에는 이번 결승전을 알리는 광고가 나붙었다. 동시에 시내 곳곳에는 e스포츠 제전을 알리는 플랭카드가 내걸렸고 10만장의 전단지가 젊은이들이 모이는 각종 장소에서 뿌려져 광안리에서 열리는 연중 최고의 e스포츠 축제를 각인시켜 주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진 가운데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이 펼쳐졌다. 해변가를 따라 500m를 넘게 길게 늘어선 관중은 출전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환성을 질렀고, 그 모습은 흡사 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와 그를 따라 고향땅을 찾는 유대인 행렬을 연상케 만들었다.자신을 BBC 객원기자라고 소개한 데릭 큐파씨에 따르면 “세계 각종 축제를 취재하러 다니는데 해변에서 이렇게 열광적인 응원 속에 펼쳐지는 게임대회는 처음이라 무척 신선하다”며 “IT강국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런 e스포츠 문화가 형성돼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중심으로 한 e스포츠는 단순 오락을 넘어 한국 청소년들이 즐기는 연중 최대의 축제의 중심에 섰다. 광안리에 모인 수많은 청소년들과 외부의 관심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 10만 관중 운집과 프로야구 올스타전 인기를 압도했다는 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바 있지만 이를 넘어선 12만이라는 숫자는 글자 그대로 상징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핵심은 프로리그가 e스포츠 축제로 인식되고 함께 어울려 즐기는 한마당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안리 인근 중학생 자녀 2명의 함께 구경온 서미숙(40)씨는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가자고 졸라대 같이 왔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행사인지는 정말 몰랐다.자리가 없어서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멀티비전을 통해 봤는데 대단하고 멋진 이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국e스포츠협회 김신배 회장은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회이자 e스포츠가 국내 청소년들의 최대 축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한마당이었다”며 “해변에서 열정적으로 벌어지는 이 대회를 청소년들의 연중 축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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