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 불법 복제 한국은 안전지대인가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용 타이틀은 복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던 소니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PSP가 국내 출시 된지 겨우 2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PSP 게이머들이 알음알음 복사 타이틀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 물론 복사 타이틀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극소수에 불과하고 소니측에서 이를 막기 위해 수시로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아직은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SP 국내 출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소니가 지난달 PSP에서 복사 타이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로더’와 ‘런처’라는 프로그램이 돌고 있다고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타이틀 유통업자는 PSP 복사 타이틀이 암암리에 나돌고 있으며 이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K)측에서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 업자에 따르면 인터넷에 능숙한 일부 게이머들이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PSP용 타이틀을 복사한 롬(ROM) 파일을 다운로드한 후 이를 이른바 로더나 런처를 함께 메모리스틱에 담아서 이용한다는 것이다.

# SCEK, 독자 매체 복사 불가

복사 타이틀 문제에 대한 SCEK측의 공식적인 반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PSP의 유니버설미디어디스크(UMD)는 독자 포맷이기 때문에 공매체가 없어 복사 자체가 어렵습니다. 설혹 메모리스틱에 복사 타이틀을 담는다 해도 메모리스틱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 됩니다.”

SCEK의 강희원 과장은 PS2와 달리 PSP만큼은 복사 문제로부터 안전하며 또 펌웨어가 계속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설사 복사 타이틀이 나오더라도 사실상 금방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SCEK는 수시로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해왔으며 지난 7월 27일에도 2.00버전 펌웨어를 내놓았다. 이 버전은 한글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무선 랜에 접속해 웹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웹 메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 디지털은 맘만 먹으면 복사

“디지털 기술이 복제가 안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업자들의 이야기는 SCEK측의 주장과는 달랐다. 개발키트가 이미 충분히 보급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PSP 타이틀의 ROM 파일을 추출해내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메모리스틱도 가격이 1기가가 12~13만원선, 2기가가 30만원을 넘어서는 등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걸림돌이 되지는 못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PSP 타이틀의 용량이 400~700MB 사이여서 메모리스틱에 롬 파일 몇 개 정도는 저장할 수 있고 ROM 파일들을 PC에 저장해 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만 메모리스틱에 담아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PSP는 중고시장에서 펌웨어의 버전이 낮을수록 인기가 많습니다. 소니가 최근 인터넷을 지원하는 펌웨어를 내놓았지만 작은 화면에서의 웹서핑이 복사게임을 포기할만큼 메리트가 있을지는 모를일이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이용한 소니의 복사 방지 전략도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SP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는 온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UMD 디스크를 통해 수동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게이머가 업그레이드만 하지 않는다면 ROM 파일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 정품 사용 환경 조성해야

“해외에서 금방 출시된 뜨끈뜨끈한 게임이 바로 ROM 파일로 뜨는데 비해 국내에 출시된 타이틀은 몇개 안돼요. 소니는 지난 5월까지 10개의 타이틀을 내놓는다고 밝혔었지만 6월까지 고작 5개를 내놓는데 그쳤죠. 영화 타이틀도 최신 개봉작은 하나도 없고 철지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유통업자들은 기술적으로 P2P를 통한 복사를 막는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복사 타이틀 이용을 단속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한 최선의 대처 방안은 정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 대부분이 용돈과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10대와 20대 초반인데 PSP 타이틀을 사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적당한 가격이라면 매뉴얼 등 정품의 가치를 포기하고 복사 타이틀을 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이들은 타이틀의 가격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제 3만∼4만원대인 타이틀의 가격은 단순히 일본과 비교하면 적당한 수준이지만 물가지수를 감안하면 얘기가 틀리다는 것이다.

PSP는 아직까지는 공공연하게 용산의 가판에까지 복사본이 나돌고 있는 PS2나 PC 타이틀과 달리 아직까지 대대적으로 복사 타이틀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PSP 출시가 몇달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PSP는 출시 두달여만에 13만대가 공급되는 등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SCEK가 복사 타이틀에 대해 자칫 안이하게 대응해 시장에 악영향이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 복사 타이틀은 누가 만들고 또 누가 배포할까.

아직 국내에서는 극소수의 타이틀만이 나와 있기 때문에 현재 유포되는 대부분의 복사 타이틀의 출처는 해외 인터넷 사이트.

해커들은 계속해서 주요 타이틀을 복사해 인터넷에 올리고 소니측은 이를 막는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소니측에서는 당초 PSP가 복사가 불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해커들은 PSP가 일본서 처음 발매되자마자 해킹에 성공했고 이 회사는 바로 이어서 패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급기야 해커들은 아예 ‘머큐리’ ‘루마인스’ ‘코디드암스’ ‘퍼즐버블’ ‘인텔리전트 라이선스’ 등의 게임을 메모리스틱에 다운로드해 PSP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적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소니는 펌웨어를 1.5버전에서 1.51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고 이후 출시되는 게임 타이틀은 새 펌웨어에서만 작동하도록 조치했다. 또 이 회사는 해킹이나 개인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PSP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증을 받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현재 해커 단체들은 소니의 이같은 대응책을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놓겠다고 호언장잠하고 있는 상황. 급기야 소니는 최근에는 인터넷을 지원하는 2.00버전 펌웨어까지 내놓았다.

소니와 해커들간의 자존심을 껀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황도연기자 황도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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