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나 프로리그를 보다 보면 의외로 징크스가 많다. 흔한 예로 전대회 우승자는 그 다음 대회에서 예선탈락한다거나 잘해야 8강 정도라는 속설 등 대회 징크스부터 번번히 결승에 올라 2위만 여러번 차지한 선수에게 따라붙는 준우승 징크스와 특정 날씨, 또는 경기 전에 먹은 음식에 따른 선수 개개인별 징크스까지 다양하다.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경기 외적인 면에서 또 하나의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징크스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자.
# 음식, 신체, 날씨에 관한 징크스
“경기 직전에 간단하게라도 뭘 먹어야 게임이 잘 풀려요. 긴장도 덜어주는 것 같고요.”
올들어 가장 주목받는 프로게이머 중 한 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투신’ 박성준 선수(이고시스 POS)의 얘기다. 학창시절 야구선수 출신인 그는 프로게이머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헤비급으로 80Kg이 넘는 육중한 덩치를 갖고 있어 경기전 간식이 마치 생존 본능처럼 여겨진다. 지난 질레트 스타리그 우승 후에는 “신경쓰지 않고 밥을 맘껏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농담같은 징크스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반해 나도현 선수(팬택앤큐리텔 큐리어스)처럼 경기 직전에 어떤 음식이라도 먹게 되면 그날 경기가 신통치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도현은 테란 유저 중에서도 유독 신경이 예민한 선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합숙소 음식이나 잠자리가 맞지 않아 자주 집으로 돌아가 컨디션을 조절하는 선수다. 온 신경을 경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로 경기전 음식물이 긴장을 풀어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늘 먹는 음식이 선수마다 갖고 있는 체질이나 성격과 맞물려 각기 다른 징크스로 나타난다.
‘천재 테란’ 이윤열(투나SG)은 경기에 나가기 전 신체 부위에 손을 대지 않는다. 즉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자르면 영락없이 지고 말았다.
박성준의 경우 데뷔 때부터 날씨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중요 경기를 앞두고 비나 눈이 내리면 절대 지지 않는다는 일명 ‘우중 설중 불패’ 징크스다. 실제로 그가 질레트 우승 컵을 거머쥐던 날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 광장에는 비가 내렸고, 광주에서 열린 KT-KTF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에서 이윤열과 맞붙어 우승할 당시에도 눈발이 휘날렸다. 또한 과거 iTV 리그 결승에서 최연성과 맞붙었을 때도 빗발이 흩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 황제의 징크스 ‘한 쪽 눈 상꺼풀’
징크스 얘기에서 ‘테란 황제’ 임요환(SK텔레콤 T1)의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인기 게이머라는 명성만큼 그가 가진 징크스도 많고 독특하다.
그는 게임이 열리는 경기장 온도에 민감하다. 춥다고 느끼면 십중팔구 진다는 징크스다. 아다시피 꽤 오래전부터 경기를 앞둔 그의 손에 기내용 얇은 담요가 쥐어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야외 무대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계절에 상관없이 어김없이 담요를 두르고 나온다. 그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 손에 땀이 많이 나는데 경기장이 추우면 손의 감각이 둔해진다. 그래서 가끔 마련되는 결승전과 특별전의 야외무대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모두가 징크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쌍꺼풀 징크스가 있다. 누가 잘생긴 얼굴 아니랄까봐 경기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거울을 꼭 본다. 이 때 한 쪽 눈에만 상꺼풀이 생기면 마음이 불안하고, 아니나 다를까 패하는 경우가 많다. 잘 생긴 스타 게이머는 징크스도 멋있나 보다.
수년 동안 임요환과 쌍벽을 이뤄온 ‘폭풍저그’ 홍진호(KTF 매직엔스)는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징크스에 심하게 휘둘린 케이스다. 부동의 4대 천왕 멤버이자 현재까지 임요환을 제외하면 단연 최고의 인기와 몸값을 자랑하는 홍진호다.
하지만 늘 2인자라는 그늘과 함께 결승에서 황제와 붙으면 어김없이 진다는 ‘임요환 징크스’가 거머리처럼 따라 붙었다. 지난 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에서 임요환과 만나 5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한 이후부터다.
이후 임진록으로 불리는 임요환 VS 홍진호 대결은 업치락 뒤치락 승패를 주고받으며 기존 징크스는 사라졌지만 임요환 징크스의 그늘이 워낙 강했던지 그는 여전히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홍진호는 또 숙소나 다른 장소에 자신의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놓고 오면 경기에 반드시 진다는 징크스도 갖고 있다.
# 예민한 프로게이머에게 징크스는 필연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SK텔레콤 T1)은 경기 전날 수면 시간에 민감하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면 꼭 패배한다고. 그래서 경기 전날에 아무리 피곤해도 남보다 일찍 자지 않는다.
같은 팀 최연성의 징크스는 자신이 사용하는 마우스 패드와 키보드가 정확하게 직각을 이룬 상태가 아니면 경기에서 진다는 내용이다. 그는 경기장에 갈 때 스카치테이프를 꼭 챙긴다. 장비를 세팅할 때마다 각도를 유지시켜 줄 테이프가 그에게는 필수품이다.
얼마 전에는 자가용 괴담으로 불리는, ‘프로게이머가 차를 사면 성적인 떨어진다’는 ‘자가용 징크스’가 화제가 된바 있다. 이윤열이 SM5를 구입하면서 자가용 징크스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구설수가 나돌면서부터. 아니나 다를까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던 기세의 이윤열은 스타리그 본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고, 프로리그에서도 기대 밖의 성적으로 기량이 예전같이 않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오래 전에 ‘쌈장’ 이기석과 임요환이 승용차를 구입한 후 성적이 떨어진 사례가 있었다. 이기석은 한창 잘나가던 2000년 아반테 투어링을 구입하면서 전성기를 마감했고, 당시 한참 잘나가던 국기봉도 티뷰론을 구입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임요환의 경우 지난 여름 EF쏘나타를 구입한 뒤부터 성적이 더욱 떨어졌고 홍진호도 비슷한 시기에 티뷰론을 구입한 뒤 맥을 못추고 있다는 해석이다.
# 우승자를 떨게 만든 대회 징크스
개인별 징크스 외에 대회 징크스 중에서 우승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던 대표적 징크스는 ‘전대회 우승자는 다음 대회 예선탈락한다’는 징크스다.
이러한 디펜딩 챔피언의 예선탈락은 임요환부터 홍진호, 이윤열 등 4대 천왕부터 최근 신4대천왕의 반열에 오른 최연성, 박성준 등도 예외가 아니다. 조지명식에서 1번 시드로 나서 호기롭게 상대 선수를 지목했던 디펜딩 챔피언들은 대부분이 예선탈락이라는 쓴맛을 보거나 8강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으로 기록된다.
이외에 팀을 이적하면 최소 몇 달 간은 성적인 급락한다는 이적 징크스가 있다. ‘몽상가’ 강민(KTF 매직엔스)의 경우 GO에서 KTF로 이적하면서 다소 성적이 주춤했고 결국 이적 후 첫 대회인 질레트 배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또 한빛스타즈에서 팬택으로 이적한 나도현도 이적후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올들어 각종 대회 징크스가 연거푸 깨지면서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박성준이 스타리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두가지 징크스를 혼자서 단번에 깨트렸다. 지난 ‘에버스타리그 2005’ 결승에서 이병민을 상대로 우승을 차지해 ‘테란과 저그가 결승에서 만나면 저그는 절대 테란을 이길 수 없다’는 대회 징크스를 깼다. 이전까지 저그와 테란 유저가 스타리그 결승에서 만난 여섯번의 대결에서 저그는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또한 지난해 ‘질레트 스타리그’에서는 저그 유저로는 첫 우승을 차지해 ‘저그는 우승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차지할 수 없다’는 ‘만년 2위 저그’ 징크스도 박성준에 의해 깨졌다.
지난해 NHN 한게임배 대회 우승을 차지한 강민은 전대회 우승자는 다음 대회에서 예선탈락한다는 징크스를 깬 첫 선수로 기록된다. 그는 전대회 준우승자로서 2번 시드를 받은 후 징크스를 털고 곧바로 우승을 차지했고 최고의 몸값을 받고 스카우트 되기까지 했다.
임요환 선수는 “나는 징크스를 반드시 패배와 연결시켜 유추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일종에 경기를 앞둔 선수의 마음가짐, 즉 완벽을 기하려는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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