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CT분야 중장기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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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문화콘텐츠기술(CT)로 세계 5대 문화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CT정책비전 및 추진전략’과 ‘CT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제시한 비전의 실현 가능성이나 로드맵의 정확성을 논하기에 앞서 그동안 많은 논란이 돼온 CT의 정체성이 일단락된 것과 CT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CT는 인문·예술·공학 등이 상호 융합된 새로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처지에서 접근함으로써 다양한 견해가 존재했다. 게임·영화·방송·음악 등 산업적인 다양성도 CT의 범위를 정립하는 데 어려움을 준 한 요인이었다.

 이러한 다양성과 복합성을 고려할 때 CT의 정체성 정립에 중요한 요소는 CT와 콘텐츠의 관계 정립이다. 대부분 CT는 다른 기술과 달리 기술 자체로 상품성이나 시장성을 갖기보다는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서비스에 필요한 중간 단계 기술이라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콘텐츠 생성에 창의적인 요소만을 강조하고 기술적인 요소는 오히려 무시하거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마치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해 문서를 작성할 때 문서를 얼마나 보기 좋고 빠르게 만드는지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실제 워드프로세서 자체는 무시되는 것과 같다.

 CT가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산업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국내영화로는 드물게 많은 기술이 사용됐다. 만일 이 영화에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지 않았다면 스펙터클한 전쟁장면을 볼 수 없거나, 이러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성공한 영화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비슷하게 만들었다면 그만큼의 성공을 얻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영화에 따라 다를 것이다. ‘스타워즈’ 같은 영화는 기술이 없다면 아예 만들어 질 수 없는 영화지만 기술 없이 만들 수 있는 영화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술을 활용해 더욱 사실적이고 다이내믹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면 기술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MP3로 대변되는 디지털 음악은 전통적인 음반 시장을 침체시키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온라인 디지털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이처럼 기술은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제 디지털 음악은 저작권 보호나 유통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들을 요구하고 있다. 즉 콘텐츠의 필요성에 의해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기술은 또 다른 콘텐츠 분야를 생성할 수도 있고, 이러한 순환관계를 통해 기술과 콘텐츠가 발전하게 된다.

 콘텐츠와 기술의 필수불가결한 관계는 향후 콘텐츠 시장에서 기술의 중요성과 기술 시장의 확대를 의미한다. 현재 CT가 문화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에 기여하는 수준은 24%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대략적인 추정치이며 향후 이러한 기여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기술의 뒷받침 없이 콘텐츠 성공만을 추구한다면 힘들게 개척한 시장의 절반을 너무나 쉽게 내어주게 될 것이다.

 미래의 사회는 생산 중심, 기술 중심의 사회에서 감성적이며 삶의 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문화콘텐츠가 있다. 하지만 미래의 문화콘텐츠는 상상이 허용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의 문화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거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문화콘텐츠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은 바로 기술이다.

 기술의 확보가 콘텐츠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래의 콘텐츠는 더욱 기술 의존적이므로 기술이 콘텐츠의 성공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본이 되는 CT 분야에 국가 R&D예산의 1.4%만이 투자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다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황보택근 경원대학교 교수 tkwhangbo@mail.kyu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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