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특히 MP3플레이어(MP3P) 업계만큼 부침이 심한 곳도 없다. 97년 새한정보시스템과 함께 국내 MP3P 산업이 태동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신규 진입이 쉽지만, 이와 비례해 퇴출도 쉬워 ‘수성’이 녹록치 않은 탓이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면, 엠피오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다.
엠피오(대표 우중구 http://www.mpio.co.kr)가 MP3P 사업에 진출한 것은 1998년. 삼성전자 ‘옙(Yepp)’ 브랜드로 ODM 납품한 것이 시발이다.
원래 엠피오는 디지털웨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는데 올해로 7년을 맞았다. 작년 코스닥 상장기업인 예스컴을 인수한 후 사명을 엠피오로 변경하며 외견이 확대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7년간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MP3P 개발 및 제조, 마케팅으로 ‘외길 인생’을 걷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여타 기업이 굴곡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엠피오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술과 마케팅을 통해 이 흐름을 주도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엠피오는 자체 디자인력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몇 안되는 회사다. 우중구 사장의 남다른 애착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케팅에서도 한수 위다. 아프리카, 콜럼비아 등 세계 57개국에서 제품을 판매, 엠피오 전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모두 각 국에 맞는 현지화 전략이 성공한 결과다. 최근에는 대만 4개 주요 대학을 돌며 대규모 음악 콘서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TV드라마 ‘그린로즈’ PPL(프로그램내 노출 광고)로 중화권에서 높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기술력도 엠피오의 경쟁력이다. 삼성, LG전자에 OEM·ODM 납품한 것으로도 기술력은 인정받은 셈. 지금은 5개 연구개발팀을 통해 연간 10여개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엠피오는 이런 저력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오디오와 비디오, 포터블에서 홈을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전문 회사’다. MP3P가 단일 품목으로도 존재하겠지만, MP3P 기반의 컨버전스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한 전략 품목이 바로 ‘엠피오 원’. MP3, ASF, WMA, OGG(Q10) 등 음악 파일은 물론, MPEG4 동영상과 사진 파일을 감상할 수 있는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지난달 21일 출시됐다.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초소형이지만, 이후 출시될 20GB 전용 하드디스크와 연결하면 훨씬 풍부한 기능으로 쓰일 수 있다. 엠피오 측에서도 이 제품은 플래시메모리 MP3P와 하드 타입 MP3P, PMP의 장점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콘셉트의 컨버전스 제품이라며 자신감이 대단하다.
‘엠피오 원’이 포터블 시장이라면,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해 준비중인 제품이 ‘홈미디어센터(HMC)’다. 가정에서 디빅스 파일을 재생하면서 녹화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올 초 PVR 전문 회사인 디지털앤디지털을 인수하며 기술력을 습득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보면, 엠피오 성적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제품 생산에 차질이 있은 데다, 인수 기업인 예스컴 부실을 떨어내면서 매출이 한풀 꺾인 탓이다. 하지만 이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불과하다. 올해 다져진 인프라와 기술이 내년에는 성장을 위한 충분한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끄는 사람들
MP3P의 힘은 디자인, 성능, 마케팅에서 나온다. 어느 하나도 간과할 수 없다. 3박자가 어울려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엠피오를 받치는 ‘키 맨’이라면 흔히들 ‘3인방’을 꼽는다. 김영태 디자인연구소 본부장, 고광규 디지털웨이연구소 본부장, 곽진호 마케팅 본부장이 그들이다.
김영태 디자인연구소 본부장은 계명대 산업미술과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10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92년에는 LCD 터치패널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한 성공사례 디자인 대상을, 95년에는 한국산업디자인 공모전에서 KIDP원장상을 수상했으며, 94년과 95년 연속 삼성전자 퍼포먼스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등 이력도 화려하다.
99년 삼성디자인대전 은상 수상(삼성 이건희 회장상)을 마지막으로 2000년 디지털웨이에 입사, 2002년 ‘FL100’이 iF디자인상을 수상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고광규 디지털웨이연구소 본부장도 삼성전자를 거쳐 2003년부터 엠피오에 몸담고 있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포항공대 전자계산학과 석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와 멀티미디어연구소, 네트워크시스템연구소를 두루 거쳤다. 팩시밀리 고장진단시스템, 레이저프린터 전용 드라이버, 통신용 CASE툴, ADSL 셋톱박스, ATM 셋톱박스, 위성 셋톱박스, VDSL 인터넷 셋톱박스 등이 그가 주로 개발한 것이다. 이같은 이력 때문에 고광규 본부장은 지금도 사내에서 통신 및 네트워크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곽진호 마케팅 본부장은 메디슨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전형적인 마케터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와 메디슨에서 국내 마케팅, M2Community 해외 마케팅, 해외 CRM 프로젝트, 포터블 초음파진단기 해외 시장 조사를 담당했다. 현재 엠피오의 국내 유통 및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
이들 3인방은 이력은 틀리지만 젊은 사고 방식과 패기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맥을 같이한다.
*디자인 중시 경영
엠피오에는 디자인이 살아 숨쉰다. 엠피오는 ‘MP3P는 패션 제품’이라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 덕분에 엠피오 모토는 ‘디자인을 잘하는 테크놀로지 회사’가 아니라 ‘높은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디자인 회사’다.
이를 반영해 엠피오는 독자 디자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 전체 120명 직원 가운데 10%가 디자인과 관련돼 있다. MP3P 업체 대부분이 제품 디자인을 외주로 제작하는 상황에서 엠피오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대변해 주는 부분이다. 특히 엠피오가 매년 7∼10개씩 신제품을 쏟아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디자인의 힘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엠피오는 최근 들어 패션과 접목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패션 감각이 탁월한 사람’을 지칭하는 ‘패셔니스타(Fashionista)’라는 신조어에 맞춰 패션을 주도한다는 구상. 이를 위해 우영미 콜렉션(‘소르젠떼 옴므’ 브랜드)과 손을 잡았다. 앞으로 브로마이드와 팜플렛, 전시 구조물, 리플렛은 소르젠떼 옴므와 공동작업 한다.
이에 대해 곽진호 마케팅 본부장은 “MP3P가 패션화되는 추세라는 얘기는 많이 나왔지만 이전에는 일회성 이벤트가 주류를 이뤘다”며 “엠피오가 시도하는 것은 MP3P의 콘셉트 자체를 패션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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