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혁신을 외치고 있다. 혁신으로 성과를 보는 기업도 있다. 그런데 행정·정치 부문은 어떤가. 국가 경쟁력 평가기관들에 따르면 기술·기업전략 등 민간 분야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부 부문과 노동 부문의 경쟁력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기능이 국민의 행복과 기업의 경쟁력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정부 정책 및 기업 지원에 대한 발표가 쏟아져 나왔으나 여전히 지원 자금이 새고 있다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정부기관은 왜 엄청난 자금 지원에도 여전히 불만의 불씨가 남아 있으며 기업소생의 길이 열리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이제는 현장점검을 비롯,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때다.
기업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기업 제품 및 기술 주기 또한 급속도로 단축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원시스템은 여전히 부실하다. 정부는 개선된다고 하지만 기업변화 추이와 비교한다면 점점 퇴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혁신·정부혁신을 외치면서 정부 각계에서는 IT839 정책, 기업지원 정책 등을 내세우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확보,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업지원을 위한 평가시스템은 얼마나 혁신되었는지 의문이다. 언론매체나 공식행사 발표의 희망찬 내용에 기대를 걸고 일선 실무진과 접촉했다가 늘 듣는 말은 ‘정책이 실무에 적용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정부지원 정책은 물론이고 최근 정부의 기술혁신지원 평가에서도 이 같은 의문은 여전하다. 말로는 규모나 외형이 아닌 우수기술과 혁신기술을 평가하고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평가에서는 아직도 매뉴얼을 들먹이며, 소규모라서 평가항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등 마치 정부의 평가 틀 안에 기업을 짜 맞춰 당락을 결정짓는 듯하다.
기술에 대해서 초기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그럴 바에는 신청서 제출시 ‘종업원, 매출액, 현재 현금보유액 등이 얼마 이상인 업체만 지원하세요’ 라고 알려준다면 쓰잘데없이 정부 지원에 기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평가란 매뉴얼에 나와 있는 평가항목이 우선인지 아니면 회사의 잠재능력 평가가 우선인지 역시 의문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음지에서 일하는 20인 이하의 기업은 모두 기업소생의 길을 체념하고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IT 인프라 환경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졸속지원 정책으로 멍들어가고 있는 소기업들의 설자리가 더는 없다. 지금까지의 정부 지원에도 분명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다수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며, 연구소가 존재하고, 이노비즈 업체여야 하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체 순이다.
일부 규모가 되는 기업은 정부의 지원금을 눈 먼 돈으로 표현하며 정부지원신청 전담 부서와 직원을 따로 둘 정도로 정부 지원이 일부 기업에 편중된 것이 현실이다. 일부 정부담당자는 그것도 기업의 능력인만큼 정부 매뉴얼에 맞춰 기업을 설립하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기술 개발을 위해 필요한 곳에 정부자금이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물론 자금·인원 규모가 있는 기업에 지원한다면 정부로서는 좀더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원이 없어도 충분히 자생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을 우선 지원 대상에 포함하면서도 그렇지 못한, 적은 인원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기업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지금의 평가 매뉴얼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지금 어렵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소기업들은 정부 지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주변사람들까지 신용불량자가 되면서까지 어렵게 지켜왔다. 이런 소기업의 노력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깔려 있는 평가시스템의 혁신이 없는 한 기업은 정부에 신뢰와 희망을 품을 수 없을 것이다.
◆손대일 유비테크놀로지스 대표 sdinet@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