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의 글로벌 클러스터로의 육성을 위한 해외의 연구기관 및 기업 연구소 유치 사업이 실속없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1일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대덕연구단지에서는 특구의 글로벌화를 내걸고 미국 허친슨 암연구소의 한국 연구소 설립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카벤디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소 유치 등이 추진됐다. 그러나 현재 과학기술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KAIST의 ‘카벤디시’를 제외하고는 1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허친슨 돈없어 무산위기=지난 2월 ‘대전시-생명연-허친슨암연구소 공동연구협력센터’가 바이오마커 등의 공동연구를 위해 생명공학연구원 2층에 개소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허친슨 측 연구원들이 최근 귀국했다.
대전시가 매년 50억 원, 생명연이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대전시가 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허친슨암연구소와의 공동연구는 사업 자체가 무산위기에 놓여있다.
또 지난해 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올 상반기 대덕밸리에 설치하려던 ETRI-케임브리지대 간 공동연구센터도 대전시 등으로부터 운영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다만 과기부가 매년 15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카벤디시-KAIST 공동연구협력센터’만이 지난해 개소,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특구 유치 과욕이 초래=대덕연구단지에서는 해외 기업 및 연구소 유치 성과를 둘러싸고 특구 지정을 받기 위한 지자체 및 부처 간 ‘과잉실적 내기’가 초래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기관 유치 성과 달성에 집착해 예산을 확보하거나 상호 호혜에 따른 계약을 하기보다는 일단 MOU를 교환하고 해외 기관 유치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사업 진행이 이루어졌다는 진단이다.
실제 대전시의 경우 대덕연구단지의 특구 지정을 전후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대전 유치 가능성을 흘려 사회적인 관심은 끌었을지 몰라도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비전달성도 미지수=이에 따라 2015년까지 기업 3000개 유치 및 해외연구기관 20개 유치, 연매출 30조원 등 특구의 장밋빛 비전은 ‘말 그대로’ 계획에서 끝날 가능성도 크다.
과기부와 대전시 등이 힘은 모으고 있지만 특구지원본부라는 조직 정비없는 특구 추진 주체의 분산이 자칫 무책임한 정책집행의 양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분위기다.
출연연 관계자는 “특구 유관 기관들이 너무 지나치게 나서고 있는 것 같다”며 “공동의 이익을 찾아 서로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사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외국 기업 및 연구소 유치가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명 부총리겸 과학기술부 장관(사진 맨 왼쪽)이 지난 2월 열린 ‘대전시-생명연-허친슨 암연구소 공동연구협력 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실험실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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