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여 우리 경제 회복에 대한 청신호가 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투자계획 조사 결과 45.8%가 하반기 투자를 상반기보다 늘리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32.1%의 기업은 상반기보다 1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혀 투자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대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상반기 투자부진에 따른 반등요인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기업의 재무상태가 크게 개선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또 현상 유지 위주의 소극적인 경영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판단도 투자 확대를 부추긴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올해 경제운용 방향은 한마디로 성장 중심이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에 강조되던 분배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보다는 성장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임이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모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식지 않고 실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4%대 달성뿐만 아니라 40만개 일자리 창출도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투자의욕이 식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책적 지원 노력에 달렸다. 기업들의 투자마인드 제고는 정책 일관성 유지를 통한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와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완화 등 투자환경 개선뿐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투자 위축의 원인으로 대기업의 45%가 내수 부진에 따른 경제의 불확실성을 꼽았고, 특히 64.2%의 기업이 각종 규제, 지원제도 미흡 등으로 투자프로젝트 추진상 애로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그렇다. 수도권 규제, 토지이용 규제 등은 투자를 저해하는 대표적 규제로 꼽혔다. 현재 대기업들이 과도한 수도권 규제 때문에 5조원에 달하는 공장 설립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가를 억제해 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나 기업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연계해 공장 건설을 허용하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행정도시나 기업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계획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데도 “(수도권) 투자 허용은 사안별로 타당성을 검토해 처리하겠다”는 원칙만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 측은 타당성 검토와 법령 개정 등에 시간이 걸린다는 태도지만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정부 쪽에 투자확대 의지만 확고하다면 관련법 정비야 한 달이면 가능하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대기업의 30%가 국내 투자 환경만 개선되면 현재 계획된 해외 투자의 일부를 국내투자로 전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신중히 음미해봐야 할 일이다. 투자 관련 금융·세제 지원 확대나 기술개발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고임금·고지가 등 투자환경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들도 정부의 투자환경 개선에만 기대지 말고 투자기회를 놓치면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계획된 투자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보수경영은 성장 장재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내수 위축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투자를 늘리는,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계획만 세웠다가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산업 등 투자처 발굴도 중요하고 투자 자원 마련을 위한 수익성 증진노력도 필요하다. 올해 기업들이 세워둔 투자계획만 그대로 실천된다면 경제회복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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