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파격적인 부품 조달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러 개의 부품 협력업체를 경쟁력에 따라 선택해 많은 물량을 밀어주는 대신 공급가격을 낮추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한편, 부품 독점 공급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LG계열사가 만드는 부품이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원가절감을 위해 펼치는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될 업체를 밀어준다=삼성전자는 LCD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백라이트유닛(BLU)을 6개 업체에서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7세대 제품용 BLU는 한솔엘시디와 디에스엘시디, 태산엘시디 3개 업체에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 3개 업체는 LCD TV용 BLU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LCD TV용 BLU는 생산 공정의 자동화가 필수기 때문에 대규모 전용라인을 갖춘 업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개 업체는 연초에 이어 지난 4월에도 공급가격 인하 조치가 있었지만 2분기 실적은 경쟁사를 훨씬 웃돌았다. 대규모 물량을 확보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본 셈이다.
삼성전자는 6개 안팎의 휴대폰 케이스 협력업체가 있는데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인탑스와 피앤텔에 60% 내외의 물량을 할당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10여개에 달하는 휴대폰 케이스 협력 업체가 있었지만 재영솔루텍 등 4∼5개 업체에 집중하고 있다. 또 카메라모듈이나 LCD모듈 등 원가 비중이 큰 휴대폰 부품을 대상으로 1000만대 이상의 물량을 몰아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부터 연초까지는 대형 세트업체가 무작정 가격을 쥐어짜는 양상이었지만 최근에는 경쟁력이 있는 부품 업체에 많은 물량을 몰아주는 대신 가격을 내리는 전략으로 변했다”며 “선택된 부품 업체로서는 박리다매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윈윈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안이 거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독점 공급 원칙을 고수해 왔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LG전자 근처에 얼씬거리기만 해도 경고를 받고 반대의 경우도 같았지만 최근에는 이 원칙이 깨지고 있다.
2차전지 보호회로 업체인 파워로직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휴대폰용 안테나 업체인 에이스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다. 초박형 키패드를 개발한 지앤씨 역시 동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들의 공통점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품업체 사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면서 판매가격을 더욱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고 이는 다시 세트 업체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LG계열사의 제품이 삼성전자에 공급되는 사례도 나왔다. LG화학은 삼성전자에 LCD 핵심 소재인 편광판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일본 니토 제품을 주로 사용해 왔다. 아직은 휴대폰 LCD용과 같은 소형 편광판에 그치고 있지만 제품부품 협력 업체 공유조차 어려웠던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장동준·문보경기자@전자신문, djjang·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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