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을 하면 뭐 반응이 있어야죠. 답답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가타부타 뭐 좀 얘기를 해달라고 하면 ‘좋기는 한데 그게 좀…’ 하며 말을 얼버무려요.” 모바일 게임 개발사 K사장의 얘기다.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 대표들을 만나다 보면 의외로 참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비록 매출과 인력면에서는 작은 규모지만 시장 활성화 및 생존을 위한 새롭고 신선한 발상 만큼은 게임업종 중 단연 최고다.
예를 들면 모바일 게임 시장에 ‘프리미엄 상품제’를 도입해 고가(그래봤자 5000원 정도)의 게임을 서비스해보자, 소비자들이 짧게라도 직접 게임을 해보고 구입할 수 있는 체험상품을 확대하자, 또는 2개 이상의 소비자가 원하는 게임을 골라 묶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이 모든 아이디어의 진행은 개발사 자체의 의지만으로는 안된다. 이동통신사의 협조 내지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문제는 개발사들이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내놓는 이러한 아이디어와 제안이 이동통신사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발사의 의지만 갖고는 안된다. 이동통신사의 허락 내지 최소한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마치 덩치 큰 공룡처럼 이동통신사는 여간 해서 몸을 움직이려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제안이 실험적이거나 모험에 가까우면 이를 아예 회피한다.
실무자는 실무자대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자칫 무모한 기획으로 인해 인사고과에 누라도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간부는 간부 대로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성과를 올리겠다는 욕심에 불필요한 가지치기를 하다보면 아이디어였던 제안은 그냥 평범한 발상에 그치고 만다.
“대기업의 생리 아닙니까. 돈이 되겠다 싶으면 달려들지만 위험부담이 높다 싶으면 좀체 움직이려하지 않아요. 실무자부터 꼭대기 CEO까지 일단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 찾기에만 급급하다보니 정작 시도해 봄직한 도전적인 일은 넘어가고 마는 겁니다. 자기들은 아쉬울 것 없다 이거죠.”
말로는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과 윈윈을 외치면서도 여전히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 아래 거만한 행동을 보이는 대기업 그릇된 풍토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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